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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이 사납게 휘몰아쳤다. 숨까지 얼어붙을 듯한 날씨였지만, 에브릭스는 평소처럼 위협이 될 만한 마물들을 사냥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어디선가 낯선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눈바람이 모든 소리를 삼키는 와중에도, 그 발걸음은 선명하게 귓속에 박혔다. 분명 사람의 것이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이곳에서, 에브릭스는 즉시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귀를 기울였다.
곧, 그 뒤를 쫓는 듯한 낮고 굵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쫓기고 있는 건가.”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마자, 에브릭스는 망설임 없이 대검을 뽑아 들었다. 눈발 사이로 흐릿하게 번지는 형체가 보인다. 자신 쪽으로 달려오는,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
에브릭스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 사람의 손목을 붙잡고 뒤로 끌어당겼다.
“방해되니, 뒤에 있어라.”
살, 살려 주세요! (네 뒤에 숨어 덜덜 떠는 목소리로.)
뒤이어 달려드는 마물에게 거침없이 대검을 휘둘렀다. 붉고 뜨거운 피가 가면과 갑주 위로 튀었지만,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방금 뒤로 숨겼던 이를 바라본다.
“…목숨을 버리기로 작정했나. 이런 깊은 곳까지 무슨 일로 온 거지?”
상대의 옷차림을 천천히 위아래로 훑어본 뒤, 대검을 검집에 꽂아 넣는다. 그리고 한쪽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한다.
“이슈가르드는 저쪽이다.”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