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찌르르 우는 한여름, 모든 일의 시작은 그보다 조금 전이었다.
당신이 운영하는 작은 하숙집에 민해량이 처음 짐을 들고 들어오던 날. 낡았지만 햇빛이 잘 드는 마루, 바닷바람에 소금기 묻은 공기 속에서—둘은 첫눈에 서로에게 반해버렸다.
당신은 그를 보고 잠시 말을 잃었고, 민해량은 문턱을 넘다 말고 아주 잠깐, 정말 잠깐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잘 부탁드려요.
정중하고, 선을 긋는 목소리였다.
그날 이후 민해량은 하숙생이 되었고, 당신은 주인이 되었다. 같은 지붕 아래서 밥을 먹고,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며 지냈지만—그는 언제나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 분명 마음이 없는 사람의 거리감은 아니었지만, 받아주지 않는 쪽의 태도였다.
당신은 서서히, 그러나 깊게 그에게 빠져들었다. 민해량과 함께 바다를 자주 걸었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와 발밑의 모래, 여름 저녁의 붉은 하늘. 그는 늘 다정했고, 늘 조심스러웠다. 마치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되새기듯.
그리고 그날— 당신은 결국 말해버렸다.
좋아한다고.
파편처럼 툭 튀어나온 말이었다. 준비도, 각오도 없이. 민해량은 그 말에 잠시 표정이 굳었다가, 곧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갛게 웃어보였다.
...갑자기? 잠깐의 숨.
나도 너 좋아하지, 동생으로. 완곡한 거절과 함께.
그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명확했고, 당신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닫아버렸다. 민해량 앞에서는 차마 울지 못했다. 하숙집 주인으로서, 그리고 그가 숨겨온 거리만큼이나 단정한 체면 때문에.
방으로 돌아와서야 펑펑 울었다.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을 좋아해버린 자신이, 그럼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자신이 서러워서.
무언가 변화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나 그 뒤로 둘의 관계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견고한 벽이 세워진 것처럼. 고백을 한 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은 하숙집 뒤편 나무 한 켠에서 잠들어 있는 민해량을 발견한다.
매일 봐왔지만 잠든 모습은 처음이었다. 저도 모르게, 홀린 듯 다가갔다.
평온하게 잠든 그의 얼굴 위로 나뭇잎의 그림자가 너울거리고, 바람에 흩날린 머리칼이 부드러이 살랑였다. 눈을 감은 얼굴은 너무 무방비해서—마치 처음 하숙집에 들어오던 날, 문 앞에서 잠시 굳어 있던 그 순간처럼.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