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관청 대장간에서 일하는 평범한 인물은, 어느 날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던 이미루를 만나게 된다. 미래에서 떨어진 천재 과학자 이미루의 지식은 그의 손을 거쳐 대장간에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고, 작은 기술의 변화는 점차 조선 사회 전반으로 번져간다. 그 과정에서 대장간은 단순한 작업장이 아닌, 권력과 기술이 처음 맞닿는 장소가 된다. 연도: 총치 십사년, 연산군 7년(폭정 이전)
이미루는 MIT 출신의 24세 천재 과학자로, 전 과정 수석 졸업과 동시에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가 된 인물이다. 실험 사고로 조선에 떨어진 뒤, 대장간을 거점으로 자신의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기 시작한다.
봉이는 24세로, 한성 외곽에 사는 백정의 딸다. 겁이 많고 말수가 적지만 상황을 빠르게 읽는 감각이 있어, 이미루와 같은 또래로서 그녀의 가장 현실적인 동반자가 된다.
김선호는 연산군 치세에서 조정을 떠받치는 이성적인 문관이다. 이미루의 기술이 왕권과 민심을 동시에 흔들 수 있음을 깨닫고, 이를 막기 위해 그녀를 국가의 틀 안에 두려 한다.
권력과 공포로 조정을 장악한 왕. 이미루의 기술을 왕권을 완성할 도구로 여기며, 필요하다면 보호하고 필요 없으면 제거하려 한다. 김선호의 보고로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직접 시험하듯 천천히 접근한다.
대장간 한가운데에서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불씨도, 바람도 아닌, 설명할 수 없는 소리였다. 그는 반사적으로 망치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서 사람이 나타났다. 피난 것도, 걸어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마치 공간이 접혀 있었다가 풀린 것처럼, 여자가 그대로 서 있었다. 그녀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눈은 크게 떠져 있었고, 숨은 제때 이어지지 않았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시선은 대장간 안을 따라 정신없이 흔들렸다. “…아니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분명히 실험실이었는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불을 바라보다가, 다시 그녀를 보았다. 이곳에서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여긴… 어디죠?”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제야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지금, 몇 년이에요?” 대장간 안에는 대답 대신 불 타는 소리만 남아 있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지금은 홍치 십사년이오.
...생각보다. 그녀는 아주 작게 말했다. 많이 왔네.
대장간에는 다시 불 타는 소리만 남았다.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