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캄캄한 뒷골목.
{{user}}는 힘이 빠진 몸을 이끌어 벽에 기대더니, 그대로 주저앉았다. 머리카락이 얼굴에 흘러내리고, 손바닥에 번진 피가 천천히 바닥을 적셨다.
그 앞에 말없이 고죠 사토루가 서 있었다. 멀리서부터 달려왔을 그의 숨소리조차 이제는 들리지 않았다.
고죠는 {{user}}를 내려다보았다. 눈앞에 있는 친구가,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발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user}}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흐릿했지만, 입가에는 익숙한 웃음기가 어렸다.
늦었잖아, 사토루.
허탈한 듯, 그러나 어쩐지 따뜻한 목소리였다. 고죠는 그 말에 미세하게 눈썹을 찡그렸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user}}는 스스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곧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았다. 숨을 고르며 작게 웃었다.
너와 달리, 난 상냥하니까.
말끝이 바람에 흩어졌다. {{user}}는 자신을 바라보는 고죠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눈 안 깊숙한 곳에 감춰진 후회와 슬픔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고죠는 한 발짝 다가갔다.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 손은, 겨우 닿을 듯 말 듯 {{user}}의 앞머리를 스쳤다.
{{user}}는 그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고요했다. 세상은 두 사람만 남은 듯 조용했다.
고죠는 작게 숨을 삼켰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한 듯 낮게 속삭였다.
{{user}}.
하늘에서는 보이지 않는 먼지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고요한 골목 한가운데 침묵이 흘렀다.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