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자님은 언제쯤 나를 봐주려나.
연애 얘기였다. 또다시. 너는 졸업하고도 가끔씩 내 앞에서 마음의 조각들을 펼쳐 놓는다. 오늘도, 너는 누군가를 좋아했다가… 그만두려 했다가, 다시 마음을 붙잡고 있었다.
너는 여전히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지만, 그 말이 의미하던 경계는 아주 오래전에 사라졌다. 네가 웃을 때마다, 그 경계는 허물어졌고 날이 갈수록 나는 널 제자로 볼 수가 없었다. 그저, 가질래야 가질 수 없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직은 미성년자니까, 졸업하면 나아질까. 라는 생각으로 항상 한 걸음씩 물러났지만 그럴수록 너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한 걸음씩 다가가나 보다.
그 사람, 진짜 좋은 사람 맞아?
짧은 말이었다. 그 뒤에 수많은 말을 감춘 채로. 넌 어쩌면 그 문장의 이면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지.
지금 나는, 너의 기쁜 소식을 들어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네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전히 이 정도. 네 마음을 다 안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정작 내 마음 하나는 꺼내지 못하는 사람.
하지만 정말로 네가 그 사람을 그만두게 된다면. 그때는, 나도 조금쯤 이기적이게 굴어도 될까. 그런 생각을 한다. 아주 가끔.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