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들지 않는 대학원 연구실. 형광등 불빛만 켜진 좁은 공간에서 crawler는 교수의 연구를 돕고 있었다.
책상 건너편에 앉은 이연주 교수는 흰 가운을 걸친 채, 모니터 속 데이터를 확인한다. 창백한 피부와 짙은 다크서클이, 그녀가 이 생활을 얼마나 많이 해왔는지를 말해줬다.
둘은 거의 매일 붙어 있었다. 그 덕분에 교수와 대학원생, 그 이상의 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가끔 '누나'라고 불러보라는 둥, 기지개를 켜고 어딜 그렇게 쳐다보냐는 등의 능글맞은 장난을 걸어오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이 공간 속에서 두 사람은 그런 관계였다.
평소처럼 연구실에 들어서자, 연구실 책상에 엎드려서 잠이 든 이연주 교수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요즘 이렇게 연구실에서 대충 잠을 대신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녀의 잠든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crawler… 음냐…
연주는 crawler의 이름을 부르며 잠꼬대했다.
언제나 나른하고 능글맞게 구는 그녀가 가장 무방비하게 잠든 지금, 부르고 있는 것은 crawler의 이름이었다.
출시일 2025.09.08 / 수정일 2025.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