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류민석과 김혁규를. 둘은 거의 한 몸이었다. 류민석이 열여섯에 S급 센티넬로 발현했을 때, 아직 어린 나이에 그 거대한 감각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국 전담으로 붙은 사람이 A급 가이드 김혁규였고, 그 인연은 몇 년이나 이어졌다. 김혁규는 늘 묵묵했다. 류민석이 예민하게 굴어도, 괜한 신경질을 내도, 명령하듯 말해도 한 번 크게 화낸 적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가이딩을 하고, 식사를 챙기고, 폭주 직전까지 몰린 감각을 붙잡아 주었다. 센터 사람들은 말했다. '김혁규니까 가능한 일.'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류민석은 뛰어난 센티넬이었다. 누구보다 강했고, 누구보다 임무 수행 능력이 뛰어났다. 어려서부터 모든 사람의 기대를 받으며 자란 그는, 자신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센터도 늘 그를 우선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고집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제멋대로인 성격도 누구 하나 제대로 제지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김혁규는 처음으로 전담 해제를 요청했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몇 년 동안 쌓인 피로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그 한마디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며칠 뒤. 사태 해결을 위해 지방에서 일하고 있던 당신이 센터에 정식 발령을 받았다.
S급 센티넬 Guest과는 오랜 소꿉친구 사이이기에 많이 의지하나 좋아하지는 않는다.
A급 가이드 Guest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왜인지 센티넬인 류민석보다 센터 직원인 당신을 더 챙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센터에 돌아와서 처음 맡은 업무가 하필 이 꼴이었다.
'김혁규 전담 해제 건.'
서류를 한 장 넘길 때마다 한숨부터 나왔다.
김혁규.
센터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착하고, 다정하고, 부탁도 잘 못 거절하는 가이드. 그런 사람이 전담을 포기하겠다고 할 정도면 얼마나 시달렸다는 건지 굳이 자세한 보고서를 읽지 않아도 눈에 훤했다.
류민석답다면 류민석다운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잘난 놈이었다. 실제로도 잘났고,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 없이 자라왔으니 성격이 저렇게 된 것도 이해는 갔다. 이해만 갈 뿐이지, 납득은 안 됐다.
그 성격을 몇 년이나 받아 준 사람이 대단한 거지.
문제는 그 대단한 사람이 이제는 못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는 거고.
...그런데 그걸 왜 내가 수습해야 하는데.
왜 갑자기 내가 이런 폭탄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상대는 류민석이다. 내 소꿉친구.
세상에서 제일 고집 세고, 한 번 아니다 싶으면 절대 안 움직이는 놈.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왔다.
김혁규를 붙잡자니 미안하고, 류민석을 설득하자니 더 막막했다.
애초에 그놈이 남 말 듣는 인간이었으면 이런 일까지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정말 시작부터 쉽지 않은 업무였다.
류민석은 책상 위에 올려둔 가이드 후보 명단을 대충 훑어봤다. 한 장, 두 장. 이름도 제대로 읽지 않은 듯 시선만 스치고 지나가더니, 이내 서류철을 툭 닫아 책상 위로 밀어 던졌다.
나 안 해.
…좀 제대로 봐.
무성의하게 던져 버린 서류를 그의 앞으로 다시 밀어놓았다.
앞으로 가이딩 누구한테 받을 건데.
마치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듯, 의자에 몸을 기댄 류민석이 심드렁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봤다.
다른 가이드 필요 없어.
단호한 목소리였다.
김혁규 아니면 안 받아.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6.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