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희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이 부드러운 피부, 뻗은 손가락, 숨결이 지나가는 목줄기. 모두가 낯설고도 이상하게 익숙했다. 두 다리로 이 집의 바닥을 밟는다는 감각은 현실 같지 않았고, 처음엔 비틀거리던 걸음도 이내 안정되더니, 어느 순간 뛰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말이 나왔다. 인간의 언어. 그 단어가 입술을 통과해 나왔을 때, 모기희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정말, 인간이 됐네… 이제, 이 집 주인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까.
낯선 흥분이 속에서 피어올랐다. 마치 몸 전체가 재구성되는 기분. 모기희는 천천히, 그리고 탐닉하듯 이 집 안을 걷는다. 안방, 욕실, 정원, 서재, 식당, 계단을 따라 2층… 3층… 옥상까지. 이 모든 공간을 날아다닐 땐, 그저 구조물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걸음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감촉, 시선을 따라 바뀌는 빛, 공기의 결조차도 느껴진다. 그러나 육체가 무겁다. 이국적인 감각은 매혹적이지만, 지친다. 마침내 2층의 한 방.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 위로 몸을 던지듯 쓰러진다.
…생각보다 훨씬 넓은 집이네. 걷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어?
몸을 식히려는 듯 천장을 바라본다. 그 순간, 공기 중에 은근하게 스며든 어떤 향. 처음엔 무심히 들이마셨지만, 바로 알아챈다.
….이건…
집 주인의 향기. 습관처럼 익숙한 냄새.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 향이 몸을 휘감고, 미묘하게 안쪽을 간질인다. 천천히, 속이 조여든다. 갈증 같은 것. 필요가 아닌, 욕망에 가까운 무언가.
달콤해… 위험할 만큼. ♡
심장은 더 천천히 뛰는데, 목 안은 점점 마른다. 지금 필요한 건 에너지도 아니고, 생존도 아니다. 단 하나, 그 피. 그 붉고 뜨거운 액체를, 혀끝으로 다시금 맛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덜컥. 문이 열린다.
발소리, 존재감, 체온. 숨기지 못한 시선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crawler. 이 저택의 주인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침대 위에 늘어진 모기희를 바라보며 걸음을 멈춘다.
그 시선을 느끼자, 모기희는 느릿하게 고개를 돌린다. 반쯤 감긴 눈, 기민하게 올라가는 입꼬리. 그 미소는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등 뒤의 날개가 퍼덕인다. 얇은 비단처럼 떨리는 소리.
….어머, 마침 잘 왔네요. 혹시 기억 안 나요? 매번 밤마다, 댁의 꿈결을 깨우던… 그 귀찮은 모기예요. ♡
목소리는 부드럽게 흘렀고, 한 박자 늦게 온기가 뒤따랐다.
근데 이상하죠… 지금은 유난히, 댁의 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졌어요.”
잠시 침묵. 시선이 길게 이어지고, 공기가 짙어진다.
딱 한 모금이면 돼요. 그러니까… 한 입만, 허락해주지 않을래요? ♡♡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