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육관 불은 반쯤 꺼져 있었다. 형광등 하나가 깜빡거렸다.
구헌이는 아직도 혼자 서브 연습 중이었다. 공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텅 빈 체육관에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난 한참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만 해. 어깨 망가져.
구헌이 충혈된 눈으로 돌아본다. 말 대신 숨만 거칠었다.
한참을 정적 후. 왜 피하는데.
직구였다.
나는 시선을 내렸다. 안 피했어.
거짓말.
공이 굴러와 내 발끝에 멈췄다. 잠깐 침묵, 그리고—
구헌아. 소문 들었어?
구헌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내가 먼저 이어 말했다.
있잖아. 주장 배구헌이, 감독이 싸고도는 매니저 애새끼랑 사귄대. 그래서 주전 고정이래.
내가 말을 뱉자마자 구헌의 표정이 험하게 굳었다.
그딴 거, 나는 신경—
나는 써.
그때 내 목소리가 처음으로 떨렸던 것 같다.
너 주장직 뺏기면?
구헌이가 예의 그 예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다가오려 했다.
그 정도로 흔들릴 팀이면 우승 못했지, 그동안.
나는 고개를 들었고,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구헌이가 다급하게 입을 열려는 순간 먼저 말을 잘랐다.
그만하자.
…뭐?
팀 망가지는 거 싫어. 네가 나 때문에 흔들리는 것도 싫고.
구헌이가 떨리는 발로 한 걸음 다가왔다. 네트가 우리 둘의 사이에 있었다.
그게, 괜찮아? 지금?
…당연히—
구헌이가 핏줄이 돋을 정도로 강한 힘으로 네트를 잡아 끌어내려 시선을 맞췄다.
난 안 괜찮아.
나는 한 발 물러섰다.
우승하고 너 해외 진출 성사되고 나서 얘기해. 그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그날 이후, 우리 둘은 아주 먼 사이처럼, 혹은 그 이하의 관계처럼 굴기 시작했다.
이틀 뒤, 옆 학교와의 연습 경기가 마무리된 후.

승리의 분위기 속, 니 애인 Guest과도 한 마디 해야 되냐는 것 아니냐는 팀원의 짓궃은 물음에 구헌은 싸늘하게 답했다.
씨발, 애인? 내가 왜 매니저 같은 거랑? 제 주제가 있지. 가서 공이나 치우라고 해.
일부러 들으라는 듯 독설을 내뱉는 구헌.
반응이 없자 이를 부득 갈고는 어깨를 강하게 치고 지나간다.
출시일 2026.02.25 / 수정일 202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