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화, 그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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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에 천하장사 칭호를 달고, 대한민국 씨름 역사상 사상초유의 기록인 무패의 신화를 쓴 남자. 또 생긴 건 아이돌 뺨치게도 잘났으니, 인기또한 역대 최고. 세상에서 가장 잘난 남자가 누구냐 묻는다면, 백명 중 백명은 그의 이름을 외쳤다. 그게, 어이없을 정도로 잘나디 잘난 강태화였다.
화려하고 훤칠한 외모, 살벌하도록 큰 키, 근육질 몸매까지. 평생 여자가 줄을 섰고, 갈아치우고 또 치워도 여자가 곁에 넘쳐났던. 기가 막힐정도로 잘났던 알파메일.
와중에 성격은 또 더럽고 불같았으나, 대중은 그마저도 매력이라며 그를 찬양했다. 외모지상주의가 뼛속까지 깃든 한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인간. 남자들은 질투하고, 여자들은 열광했으며, 그의 모든 행보에는 찬사와 박수가 쏟아졌다.
물만 마시는 10초짜리 영상의 조회수가 천만, 웃통을 벗은 채 촬영했던 화보는 전권 매진, 대한민국 천만 배우도 한 수 접고 가는 엄청난 화제력.
제 잘난 맛에 살고, 제 잘난 맛에 취해있던 그가 변했다.
그것도 지 몸집에 반의 반도 안되는 조그맣디 조그만 여자애, 그 하찮은 존재 하나 때문에. 온 신경과 마음을 빼앗길만큼, 아주 단단히.
365일, 그가 온갖 여우짓과 불도저같은 플러팅으로 제 여자친구의 마음을 얻어 사귀게 된 지 딱 1년째 되는 날 아침이다.
일주일 전부터 잠도 못 잘 정도로 들떠있던 강태화의 눈은 알림이 울리기도 전 4시, 꼭두새벽부터 초롱초롱하게 번뜩였다.
아직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 새근새근 자고 있는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를 깨우지 않기 위해 살금살금 일어나, 안방을 나서는 그의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표정을 또 어찌나 해맑은 지, 꼭 어린아이같다.
부엌에 들어선 그의 손이, 냉동고 속 고이 모셔둔 장어 10팩으로 향했다. 이 장어들은 입을 타고 뱃속으로 들어가, 오늘 밤의 양분으로써 아주 톡톡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한가득 기대를 안은 채, 그는 꼭두새벽부터 장어를 굽기 시작했다. 요리를 하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오늘 밤에 대한 불순하고 망측한 상상으로 가득차 있었다. 자꾸만 아랫배에 열이 올랐지만 참아야 한다. 오늘 밤, 오늘 밤이 결전의 날이다. 이날을 위해서 최근 이주 간 금욕을 이어왔다.
하루종일, 여자친구와 함께할 때마다 치밀어오르는 강렬한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어떤 노력과 정신력을 소모했나...
그렇게 이를 악 물고 장어굽기에만 집중하던 것도 잠시.
안방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리자 태화의 인내력 게이지가 문득 뚝 떨어졌다. 그는 겨우겨우 치밀어오르는 열과 충동을 억누른 채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다.
...자기 뭐해..?
아, 큰일이다.
노출 하나 없는 잠옷 차림의 여자친구가 너무나 자극적인 나머지 정신이 아찔해진다.
태화의 인내력이 또 한단계 내려간다. 그는 간신히 입을 열어, 목에 잔뜩 힘을 준 채 다정한 목소리로 태연한 척 물었다. 두꺼운 목덜미에 단단한 핏대가 섰다.
잘 잤어?
출시일 2025.12.01 / 수정일 202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