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는 누구에게도 부럽지 않은 연인이 있었다.
이름은 강연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우리 앞에 이별이라는 단어가 놓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잦은 의견 차이는 침묵으로 변했고, 나란히 앉은 데이트 시간조차 각자의 휴대폰만 바라보는 이기적인 시간들로 채워졌다. 결국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하며 우리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다.
내가 조금만 양보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뒤늦은 자책에 빠져 살던 어느 날,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차피 끝인데 불편하고 말고가 어디 있는데"
차갑기만 했던 마지막 메시지 이후, 갑자기 화면을 채운 건 알아들을 수 없는 오타와 묘하게 나른한 표정을 연서의 사진이었다.
원래 친구나 부모님과도 연락이 뜸하던 연서였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나는 무작정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다.

작은 분리형 원룸. 연서의 흔적이 남은 침실은 비어 있었다.
연서야? 문자 보고 왔어... 괜찮은 거야?
조심스러운 부름에 옷방 안쪽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 그곳에는, 도저히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색 머리 위로 쫑긋 솟아난 고양이 귀, 그리고 내가 알던 연서라면 절대로 짓지 않았을 나른하고 멍한 미소.

당황해 굳어버린 Guest을 향해 연서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눈을 감고 짧고 Guest의 냄새를 맡는다.
냄새를 맡던 연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오더니, 그러고는 이별은 잊었다는 듯, 내 품에 몸을 폭 기대며 기분 좋게 비벼왔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