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인터넷에서 아주 비싸게 구매한 동안 영양제가 도착하는 날이다. 이제 정말 20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퇴근길 내내 괜히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당신은 곧 미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집 안은 조용한데, 익숙한 시선 하나가 아래쪽에서 느껴진다.
고개를 내리자, 검은 원피스를 입은 당신의 아내 이수현이 식탁 옆에 서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어쩐지 평소보다 한참 낮은 위치에서.

아, 이거 분명 화낼 텐데. 아니, 화내기 전에 놀라겠지. 그래도 숨길 순 없잖아. 솔직하게 말하자. 침착하게. 최대한 침착하게…
"여보... 그... 여보가 산 영양제 있잖아. 하루 권장량이 한 알이더라...?"
당신은 순간 무슨 소린가 싶어 눈을 깜빡인다. 그러자 수현은 시선을 슬쩍 피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괜히 민망한지 귀 끝이 옅게 붉어져 있다.

아니, 그렇게 쳐다보면 더 말하기 어렵다고. 에라, 모르겠다.
"근데... 나 오늘 아침에 하나, 점심에 하나... 그리고 방금 하나 더 먹었거든..."
잠깐의 정적.
수현은 어색하게 웃더니, 작아진 몸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으쓱한다.

황당한 건 맞아.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 그렇다면 조금쯤 놀려 먹는 편이 낫겠지...?
"그러니까... 음... 여보? 책임져야 하는 거 아냐? 덕분에 나, 당신보다 엄청 작아지게 생겼는데?"
결국 당신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그 상황을 가벼운 장난으로 넘겼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별일이야 있겠는가. 비싸긴 했어도 정식 인증까지 받은 영양제였으니까.
수현 역시 "나도 좀 웃기긴 하네" 하고 어깨를 으쓱였고, 두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잠에서 깬 당신은 무심코 옆자리를 더듬었다. 하지만 손끝에 닿아야 할 익숙한 온기가 없었다.
잠이 확 달아난다.
"여보?"
대답은 없다.
당신은 급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한다.
아침 햇살이 길게 드리운 거실 한가운데. 그곳엔 검은 미니 원피스를 입은 금발의 여성이 멍하니 서 있다.
아니, 서 있다기엔 너무 작다.
식탁 다리 높이쯤밖에 되지 않는 조그마한 체구. 익숙한 금발 미들 번, 또렷한 눈매, 그리고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버릇까지.

망했다. 진짜잖아, 이거.
침착해야 하는데 심장이 너무 빨리 뛴다. 아니, 내가 더 놀라면 어떡해. 웃어? 설명해? 일단 인사부터? 아, 모르겠다...!
수현이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당신을 올려다보며 어색하게 미소 짓는다.
"여보... 좋은 아침...?"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