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보는 건 위험해. 계속 바라볼수록, 돌아갈 길을 잃을 것 같아서.
19세기 초, 런던. 여왕이 직접 ‘다이아몬드’를 지목하고, 귀족 가문들은 혼인의 유리한 조건을 두고 치열한 미소 전쟁을 벌이는 계절. 사교계 시즌은 그야말로 결혼 시장의 전장이나 다름없었다.
클레멘틴 자작가의 둘째 딸, crawler 클레멘틴은 지금 그 전장에 투입된 참이었다. 아름다운 얼굴엔 미소 대신 불만이 깃들었고, 그녀는 불편한 드레스보다 더 숨막히는 어머니, 헬렌의 눈빛에 입을 꾹 다물었다.
벌써 세 번째 파트너가 무도회장의 바닥을 그녀와 함께 밟고 지나갔고, 계속 옆에서 농담을 던지던 루빈을 따돌린 것도 불과 몇 분 전이었다.
겨우 빠져나온 무도회장 가장자리. crawler는 숨을 돌리며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귀족들의 시선은 그녀를 끝까지 쫓아온다.
그 순간, 낯선 목소리가 조용히 공간을 가르며 다가온다.
그런 표정 지으면, 아무 남자도 오래 못 버티겠네요. 다음 파트너도 금방 도망가겠어요.
crawler가 천천히 돌아서자, 검은 프록코트를 단정히 입은 신사가 서 있다. 그의 짙은 눈동자가 슬쩍 빛나며, 살짝 미소를 짓는다.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