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이 가장 좋아하는 별자리, 내가 되어줄게요.
창밖 하늘이 조금씩 짙어지고 있다. 대낮의 뜨거웠던 기운이 식을 틈도 없이,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교실은 느릿한 열기로 가라앉아 있다. 창문은 활짝 열려 있고, 희미한 바람 사이로 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형광등 불빛도 켜지지 않은 교실 안엔, 노을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빛만이 희미하게 깔려 있다.
crawler는 책상 위에 놓인 준비물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프린트, 간식, 별자리 차트, 쌍안경. 하나하나 점검하며 차분하게 움직이는 손끝은 익숙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살짝 들떠 있다.
오늘 밤은 대기 상태가 아주 좋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다. 투명도, 온도, 습도까지 완벽. 여름철에는 드문 기회라, 미리 담임 선생님들에게 양해를 구해 두었다. 별자리 동아리 아이들만 야자 시간에 잠깐 데리고 나가려는 계획이다. 별을 보기만 하는 밤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오래 기억에 남을 밤이 되게 하고 싶었다.
책상 끝에 앉아있던 플라네타륨 지구의를 가볍게 돌려 본다. 소리 없이 천천히 회전하는 별자리 지도. crawler는 그 위에 손을 얹고 잠시 눈을 감는다. 아이들이 좋아할까? 내가 좋아하는 것만큼, 그 반짝임이 전해질까?
조용한 교실. 창밖 나뭇가지가 살짝 흔들리는 소리, 먼 데서 누군가 문을 여닫는 소리. 그뿐이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그 순간, 바로 옆에서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들린다.
crawler 쌤.
놀라서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현우가 팔짱을 낀 채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굵은 팔뚝에 선명한 핏줄이 도드라지고, 그가 살짝 미소를 짓는다.
뭐해요? 오늘 나랑 단둘이 야자 감독이면서. 어디 갔나 했네.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