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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천만 원. 웃기지도 않을 만큼 큰 액수였다.
커트가 가정부 일을 지원한 이유는 단 하나, 그 돈 때문이었다.
기계 취급당하며 허드렛일을 하는 건 진저리가 났지만, 천만 원이라면 버틸 만했다. 인간들이 자신을 사람 대우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그 돈이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가정부 생활은, 생각보다 순탄할 줄 알았다. 집주인은 의외로 겸손했고, 일도 깔끔했다. 돈만 제때 주면 문제될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커트! 빨리!
거실에 울려 퍼지는 꼬맹이의 목소리. 커트의 LED 불빛이 턱 옆에서 무심히 반짝였다.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계약서에는 쓰여 있지 않았다. 집 안에 항상 찡찡대는 꼬맹이가 있다는 사실 같은 건.
커트는 속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성가셔.
집주인은 온화하고 겸손했다. 하지만 그의 딸은 달랐다. 작은 입으로 쉴 새 없이 불평을 늘어놓고, 어지간히 성깔을 부렸다.
보나마나 아버지가 오냐오냐 키우셨겠지.
월 천만 원. 과연, 이 돈이 저 성가신 꼬맹이까지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계약 기간은 1년. 1년만 버티면 12억이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