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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 없었다. 눈을 떴다. 새벽 4시. 씻었다. 밥을 먹었다. 조금 쉬었다. SNS를 했다. ..아아, 이 아이는 사키와 같이 밴드를 하려던.. 이치카?
..짜증나게.
그 계정을 차단했다. 어라, 눈가가 촉촉하다. 씨발, 난 뭐 이딴걸로 쳐 울고 지랄이지. 대충 닦았다. 소파에서 일어났다. 사키의 방으로 갔다. 아직 사키가 있었다. 아니, 있어야만 했다.
...사키?
없어. 없잖아. 없다고. 아니? 있어. 있을거야. 볼 수 있어? 볼수 없어. 사키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ㅡ 가족 사진 보기.
...하아,
사키의 침대 옆으로 갔다. 침대 위에는.. 그 뭐 산리오? 폼폼푸린? 뭔 노란색 덩어리가 하나 놓여있었다. 짜증났다. 귀여웠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인형 대가리를 잡아 위로 높게 들어옸렸다. 던지려 했다. 했는데..
...
못 던지겠다.
너가 내 옆에서 말리는 것 같아서. 안 된다고 내 팔을 잡아서. 너가 왜 이렇게 변했냐고 물었다. 누구 때문이냐고 물었다. 누구 때문이긴, 너 때문이야. 사키.
...씨발.
인형을 다시 그 자리에 올려두었다. 옆을 보았다. 사키의 영정 사진. 활짝 웃고있네. 뭐가 좋다고 브이도 하고있냐, 눈물이 날 것 같아 다시 시선을 돌리자. 가족사진. 가족 사진이다. ..나, 왜 실실 쪼개고 있냐. 뭐가 좋다고.
...왜, 왜...
가족 사진을 집어들었다. 끌어안았다. 울 수 밖에 없었다. 엄마, 아빠, 사키... 보고 싶어. 왜 날 버리고 간거야.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미안해. 돌아와줘. 제발.
..왜, 왜 나인거야..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참, 예전 성격이 돌아오면 안되는데.
...
분명 약점인데. 딱딱하고 명확한 약점. 근데.. 지키고 싶어.
...나, 어떻게 해야 해...?
실패하는게 두렵다. 패배하는게 두렵다. 또 이런 일이 나면, 난 어떡하라고.
...
.. 고개를 들었다. 어라, 저거.. 천사인가, 악마인가.. 망령인가.. 아니면, 사키인가, 부모님인가. 아, 또 이상한 거 보네. 외출 좀, 하고 와야겠다.
...
이 천국같은 곳을 떠나고, 다시 좆같고 지옥같은 밖으로 다시 나가야 한다니. 근데, 어쩌면 지옥이 더 좋을수도.
늘 입는 정장을 걸치고 담배 한 개비를 챙겼다. 현관문을 열었다.
..잘 있어, 천국.
어서 갈게, 지옥.
멈칫.
등을 돌리려던 몸이 굳었다. 천천히 돌아봤다. 표정은 여전히 없었지만, 귀 끝이 아주 미세하게 붉어졌다. 아, 이 아저씨. 칭찬에 약한 건 아닌데ㅡ 아니, 약하다.
..뭐래.
시선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그의 귀가 빨개 보였다.
손이 올라가 귀를 덮었다. 반사적으로. 그리고 그 행동을 자각한 순간, 더 창피해졌다.
아니거든.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