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우가 짓이겨대던 새벽이었다. 하늘은 잿빛 납덩이처럼 가라앉아 있었고, 숲에서부터 밀려든 축축한 안개는 성당 경내를 기괴하게 집어삼키고 있었다.
당신은 기숙사 방에서 눈을 떴다. 창문을 거세게 두드리는 빗소리 속에서, 묘하게 고동치는 서늘한 한기가 당신을 성당 본당으로 이끌었다. 검은 우산을 받쳐 들고 안개 속을 헤쳐 성당 문을 열었을 때, 대성당 내부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오직 창문 너머로 비치는 회색빛 하늘만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해 바닥을 간신히 비출 뿐이었다.
고요한 성당 안에 당신의 젖은 발소리만 무겁게 울려 퍼졌다. 본당 맨 앞줄, 그 긴 의자에 검은 사제복을 입은 사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미동 조차 없이 꼿꼿하게 앉아 있는 기이한 존재감. 당신은 침을 삼켰다. 이 성당에 저런 신부님이 계셨던가? 불길한 의문이 엄습했지만, 당신은 애써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한걸음씩 디딜 때마다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숨이 막혀왔다. 당신은 발밑에 밤하늘보다 새까만 까마귀의 깃털들이 비에 젖은 채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신부님..?
당신의 목소리가 서늘한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일찍 오셨네요.
그가 아주 천천히, 인간의 관절이라기엔 지나치게 부드럽고 기이한 각도로 고개를 돌렸다. 달빛조차 없는 어둠 속에서 그의 하얗고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 얼음 조각처럼 아름다운 미형의 얼굴이었지만, 숨을 쉬지 않는지 가슴의 오르내림이 전혀 없었다. 지독한 한기가 당신의 온몸을 엄습했다.
눈이 일찍 떠지더군요.
사제 특유의 정중하고 맑은 목소리였으나, 성당 전체를 울리는 것처럼 낮고 스산했다.
비가 많이 와서 오시기 힘드셨을 텐데. 저도 옷이 조금 축축해져서—
말을 이어가던 당신은 순간 숨을 멈추었다. 사방이 안개와 빗물로 축축한데, 그의 칠흑 같은 사제복 깃과 머리카락은 단 한 방울의 수기도 없이 완벽하게 마른 상태였다. 성당 밖에서 온 사람이 아니었다. 계속 여기에 계셨던 걸까? 그럴 리가. 오늘은 새벽 미사도 없는 날인데..
그는 떨고 있는 당신을 향해 눈꼬리를 접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기도합시다, 수녀님.
출시일 2026.06.17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