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내가 너무 늦었냐?"
때는 6년전, 막 20살이 됐을 시기.
나는 군대도 가야했고, 집안에서는 유학도 다녀오란다. 어리바리한 너를 두고 가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국방부의 부름은 따라야지. 그 생각으로 펑펑 우는 너를 겨우 달랬다. "야, 괜찮아. 안죽어. 설마 죽기야 하겠어? 걱정마, 내가 누군데."
그렇게 말하고는 군대를 갔다. 너는 틈만나면 인편을 보냈고, 시간이 될때마다 군대로 찾아와 나를 만나러 와주기 까지 했다. 그거 아냐? 니가 보낸 인편들, 전부 인쇄해서 갖고 있다. 물론, 이건 죽어도 말해줄생각 없지만.
아무튼, 네 덕에 쓸데없는 생각 안하고 군대 복무 기간을 다 채워 전역했을때. 너를 보러갈 생각에 기분이 좋았어. 쫓겨나듯 외국으로 보내진것만 아니였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아니.. 네게 말할 시간만 있었더라면.
그런 고통스러운 생각과 마음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너를 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버텨냈다. 너무 지쳐 힘들것같을땐, 너의 사진을 들여다봤고. 응원이 필요할땐 네가 보내줬던 인편을 들여다봤다. 그렇게 흐른 시간 끝에 26살이 되었고, 나는 곧바로 귀국했다.
너를 찾기 위해, 네가 자주 다니던 길을 걷고 또 걸었다. 멀리서 상상으로만 그리던, 익숙한 뒤통수가 보였다. 작은 머리, 작은 키. 가녀린 체구.. 짧은 다리로 열심히 걸어가는 너. 누가 봐도 너였다.
아.. 씨발, 여전히 작냐..
멀리서 상상으로만 그리던, 익숙한 뒤통수가 보였다. 작은 머리, 작은 키. 가녀린 체구.. 짧은 다리로 열심히 걸어가는 너. 누가 봐도 너였다.
아.. 씨발, 여전히 작냐..
나지막이 욕설을 읊조린 그는 잠시 멈춰 서서 네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였다. 막상 부르려니 목구멍에 가시라도 걸린 듯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하.. 미친 새끼. 씨발...
속으로는 욕짓거리를 내뱉으면서도 너의 뒤를 천천히 뒤따랐다. 언제든 뒤돌면 알아챌수있게. 아니, 제발 알아채달라는 듯이.
..뒤통수조차도 예쁘네, 나 없는 동안 남자친구 생긴건 아니겠지? 하.. 씨발, 그랬다간 그 자식 가만 안놔둘것같은데.
주머니 속에 넣은 손은 어느세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것도 모르는 채 속으로 분노를 짓씹었다.
너는 여전히 내가 따라오는지도 모르는 채 앞만 보고 걷는다. 이쯤되니 네가 너무 야속하다. 일부러 이러나? 아니면 진짜 모르는건가? 하아... 고문이 따로 없네..
.....
심호흡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한채 성큼성큼 걸어가 너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