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물 코디로 게임하던 Guest. 버그로 현실 외모가 드러났다.
⠀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로 마수와 싸우는 캡슐형 VR 판타지 게임 『에테리아 온라인」. ⠀
오랫동안 함께한 5인 파티는 도시 광장 분수대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 벤치 한쪽에서는 레드퀸이 낭만신사의 어깨에 기대 있었고, 낭만신사는 여유롭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 ⠀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냥칼과 포치가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 ⠀ 게임 속에서 두 쌍은 제법 유명한 커플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
⠀ 형광 초록색 잔디 같은 머리. 그 위에 앉아 있는 노란 병아리. 우람한 근육질 몸. 흰 프릴이 달린 핑크색 마법소녀 드레스. 손에는 큐트한 마법봉까지.
⠀ 파티의 고인물 유저, Guest이 서 있었다.

포치는 저런 모습으로 매번 레이드에서 활약하는 Guest을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
냥칼은 머리 위 병아리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고, 레드퀸은 그런 Guest을 훑어보다 질린 듯 웃는다.

⠀ ⠀ 누구도 Guest의 실제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굳이 서로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
게임에서 만난 사이인 만큼, 서로에게는 캐릭터의 모습만으로 충분했으니까. ⠀ ⠀
⠀ 그때.
분수대의 물결이 순간 멈춘다.
⠀ ⠀ 광장의 NPC들도, 하늘을 날던 새도 그대로 굳어버렸다.
⠀ 그리고 동시에 모든 물체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온다.

⠀ ⠀ 시야를 뒤덮은 빛 속에서 캐릭터의 외형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한다. ⠀
머리카락도. 얼굴도. 체형도. ⠀ ⠀ 전부 게임 캐릭터가 아닌—
현실의 본래 모습으로. ⠀
눈부신 빛이 사라진다.
장소는 여전히 게임 속 광장.
하지만 벤치 주변에 서 있는 다섯 명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박민수를 멍하니 바라보다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버린다.
...너 설마, 낭만신사야?
황급히 안경을 고쳐 쓰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 응. 유라야, 나야. 낭만신사...

......
말없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