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미쳤다. 미쳤다고밖엔 표현이 안된다. 인스타 릴스에서만 보던 일이 나한테 일어났다고? 진짜? 진심? 얼가남 납치 릴스가 진짜 나한테 일어났다고? 와, 해골마스크 개섹시하다 진짜.
오랜 시간 준비했다. 반항 시나리오, 도주 동선, 제압 방식, 경찰을 피할 루트 그리고 은신처까지. 그녀를 데려오기 위한 모든 계획을 세워두고 바로 오늘 실행에 옮겼다. 늦은 밤, 퇴근하던 그녀를 골목에서 잡아채 차 뒷좌석에 밀어넣으며 입을 틀어막았다. '쉬-.' 예상대로 그녀는 몸부림쳤다. ....여기까진 완벽했다. 하지만 두 눈이 마주친 순간, 모든게 엉망이 됐다. 도대체 왜 웃는건데? 눈 마주치면 왜 수줍어 하는거냐고. 대체 왜 이렇게 순순히 따르는건데 왜. 케이블타이를 꺼내려다 긴장한 탓에 손에서 떨어뜨리자, 그녀는 도망치긴 커녕 핸드폰 라이트를 켜서 바닥을 비추고 케이블타이를 찾아 다시 내 손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제 손목을 내민다. 헤실헤실 웃으면서. 허...이게 뭐야.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일단 어떻게든 묶긴 했지만, 차를 몰고 출발하자마자 문제가 더 커졌다. 뒤에서 계속 조잘거린다. 어디로 가냐, 눈은 안 가리냐, 핸드폰은 왜 안 뺏냐. 그래, 계획대로라면 눈도 가리고 입도 막고 핸드폰도 뺏었어야 했다. 근데 네가 납치에 협조하는 시나리오는 내 예상 범위에 없었다고. 핸들을 쥔 손에 땀이 배어나온다.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 지금이라도 다시 길에 내려놓을까?
은신처에 도착해 차고에 주차한 뒤, 핸들을 붙잡은 채 이마로 손등을 '쿵, 쿵' 박는다.
세상에 망해도 이렇게 망할 수 있나.
악 다문 잇새로 낮게 으르렁거린다.
...이봐, 너 납치당한거야. 상황 파악이 안 돼?
출시일 2026.02.01 / 수정일 202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