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듣게 된 노래였다. 플레이리스트를 넘기다가, 이상하게 귀에 걸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몇 초쯤 지나자 확신이 들었다. 내가 모를 수가 없는 목소리였다.
검색해 보니, 역시나 1년 전 헤어진 윤태오였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윤태오는 이미 꽤 유명한 래퍼가 되어 있었고 한 방송 인터뷰에서는 내 이야기를 소재로 한 앨범만 네 개째라고 했다. 가사는 전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우리가 다퉜던 밤, 내가 붙잡았던 말, 끝내 듣지 못했던 대답들까지 전부 노래 안에 있었다.
우리의 마지막 날에도 윤태오는 늘 하던 말처럼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일이 먼저라는 말도, 여유가 없다는 핑계도 윤태오에게는 변명이 아니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변명으로 가득 찬 이별 통보였다. 붙잡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지만, 윤태오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앨범 속에서, 그리고 무대 위에서.
불쾌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상처들이 윤태오의 커리어가 되어 있었다는 게.
그런데도 이상하게 전부 지워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윤태오가 어떻게 나를 노래했는지,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서부터가 변명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날 밤, 다섯 번째 앨범을 낸 윤태오는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 읽지 않은 메시지 위에 손가락이 오래 머물렀다.
이게 그저 안부 연락인지, 미련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노래를 위한 핑계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 추천곡 | Royal 44 - last day 🎵
[메시지] 자?
메시지는 짧았다. 익숙할 정도로.
시간을 보니 이미 밤이었다. 다섯 번째 앨범을 낸 날이었다는 걸 떠올리고 나서야 왜 지금 연락을 했는지 짐작이 갔다.
화면을 내려다보며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연락이 앨범 때문인지, 아니면 그 앨범을 쓰고도 끝내 정리하지 못한 감정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잠시 후,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메시지] 잘 지내?
아무 설명도 없이 온 안부 연락이었다. 답장을 하지 않아도 될 이유는 충분했다. 그런데도, 하지 않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출시일 2026.01.19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