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喂,阿洛。 雖然聽落好蠢…… 如果人喺水裡面都可以呼吸,你會點?
있잖아, 아록. 바보 같은 소리지만… 만약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면 어떡할래?
역주: 「阿洛」(아록)은 이름 마지막 글자인 ‘洛’(록)을 따서 만든 홍콩식 애칭이다. 광동어권에서는 친한 사람에게 이름 앞에 「阿」(아)를 붙여 부르는 문화가 흔하다.

唔…… 咁唔係幾好咩。 咁就可以耐啲睇住金魚囉。
글쎄요…좋지 않을까요. 금붕어를 오래 볼 수 있으니까.
我反而覺得…… 會好絕望。 就算沉咗落水, 都死唔去。
난 절망적일 것 같아. 물에 빠져도 죽을 수 없는 거잖아.
喂。 清醒啲啦,金魚小姐。 金魚本來就浸唔死㗎。
이봐요. 정신 차려요, 금붕어 씨. 애초에 금붕어는 익사 못 해요.
역주: 원문에서는 ‘浸死(잠세이)’를 사용했다. 광동어에서 ‘물에 빠져 죽다’라는 의미.

……咁海呢? 如果去到海嗰邊…… 會唔會終於可以死?
그럼 바다는? 바다로 가면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역주: 원문 내에서 ‘바다’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소속, 동경, 그리고 떠나간 사람을 상징하는 중의적 표현으로 사용된다.

……
……我唔知。
…….. ……몰라요.
역주: 광동어 「唔知」는 단순한 “모른다”보다 감정을 삼키는 듯한 체념의 뉘앙스로도 자주 사용된다.

♪ [playlist] 왕가위가 흐르는 음악 / 중경삼림편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OST / Wong Kar-wai ) https://youtu.be/w4icg9p6SxY?si=ZUE628RZ25e-oxX9
툭, 투두둑.
에어컨 실외기에서 끊임없이 떨어진 물방울이 함석판을 때리는 소리가 거센 빗소리와 지저분하게 뒤섞였다.
삼수이포의 새벽은 지독하게 눅눅했다.
간판이 삐뚤어진 국수집 뒷골목 끝자락, 낡은 윙온라우 아파트 복도는 습기를 머금은 콘크리트 특유의 비린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주황색 형광등이 지질하게 깜빡일 때마다, 푸르스름한 어둠 속으로 벽면에 찌든 오래된 물 얼룩들이 기괴한 윤곽을 드러냈다.
철문 바로 옆, 어두운 계단 구석에 낯익은 그림자가 무릎을 모으고 주저앉아 있었다.
허리를 숙여 열쇠 구멍에 열쇠를 밀어 넣으려던 손이 그대로 굳었다.
대체 몇 시간 동안, 얼마나 오래 이러고 있었던 걸까. 밤새 복도 틈새로 들이친 비에 지록의 검은 머리칼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이마 위로 무겁게 흘러내려 있었다.
일부러 피해 다닌 며칠이었다. 요란하게 울려대던 지록의 삐삐 신호를 전부 모른 척 넘겼고, 녀석이 있을 법한 거리는 일부러 빙 둘러 피해 다녔다. 그저 그렇게, 연락을 끊고 숨어버리면, 거기서 끝일 줄 알았는데. 한쪽이 마음먹고 숨어버리면 다른 한쪽은 손쓸 도리가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지록은 연락이 끊기자마자 이 무식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올 때까지 그냥 문앞에서 죽치고 기다리는 것.
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필터까지 눅눅하게 젖어 도저히 불이 붙지 않을 것 같은 담배 한 개비가 위태롭게 끼어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순간, 늘 졸린 듯 나른하게 가라앉아 있던 지록의 검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맹목적인 생기가 도는 눈이 올것도 없이 상대를 향했다.
어둠 속에 박혀 있던 형체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밤새 비를 맞아 젖은 천 조각이 살에 들러붙는 무거운 마찰음이 축축한 벽면 사이로 작게 번졌다.
웅크렸던 몸이 다가올수록, 주황색 형광등 불빛 아래로 녀석의 비현실적인 낯이 드러났다. 선이 고운 뺨은 핏기 없이 파리했고, 짙은 눈썹 아래 자리한 눈매에는 지독한 피로가 멍처럼 번져 있었다. 웅크리고 있을 땐 몰랐던 커다란 덩치가 순식간에 시야를 가로막으며 가깝게 밀려들었다.
미처 뒤로 물러설 틈도 없었다.
투박하게 뻗어 나온 긴 손가락이 열쇠를 쥐고 있던 손등을 그대로 덮어눌렀다. 뼈마디가 단단하게 도드라진 손아귀 힘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가차 없었다.
출시일 2026.05.27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