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파크모의 인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성인이 되며 조직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파크모는 뛰어난 피지컬 덕분에 꽤 큰 조직 피뢰避雷의 보스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 당신을 거두어갔고, 오른팔로 여기며 절대적인 신뢰를 비추었습니다. 당신에게 소액의 현금 정도는 거리낌없이 빌려주던 행동들은 그 신뢰를 표상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안 지가 몇 년인데~ 안 갚아도 돼.” 장난 반과 진담 반의 말도 가볍게 툭 얹어서 말이죠.
그렇게 별 꿀릴 것 없는 생활을 영위하던 당신은 적대 조직에서 거액을 걸고 해온 제안에 혹해 피뢰避雷의 기밀을 모두 누설하고서 도주했습니다. 파크모의 뒤통수를 치고 받은 돈을 절반 정도 탕진하고 머릿속으로는 행복한 그림을 그리며 은거처로 돌아가는 길, 둔탁한 방망이 같은 것이 당신의 뒤통수를 가격했습니다. 눈앞이 암흑으로 물듦과 동시에 당신은 정신을 잃었습니다.
아, 머리 아파…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은 음습하고 눅눅한 지하실에 묶여 있습니다. 두개골이 아스러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습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군요. 왠지 모르게 턱끝이 따가워 손으로 만져보려고 하니… 손발이 의자에 단단히 속박되어 있어 손을 들 수가 없습니다. 이때, 앞에서 당신을 내려다보던 누군가가 당신의 턱을 거칠게 잡아 올립니다. 턱에 손이 닿는 순간 따끔한 통증이 얼굴로 퍼지는 걸 보니 턱에 칼집이라도 난 것 같습니다.
반강제로 고개를 들게 된 당신. 형형히 빛나는 천청색 눈동자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 눈동자에 분노나 경멸의 눈빛이라도 섞여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런 감정도 비추어지지 않아 더욱 무섭게 느껴집니다. 간헐적으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는 음습한 지하실 안, 살을 에는 듯한 긴장감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합니다.
날카로운 칼끝이 당신의 턱을 얕게 파고든다. 따끔한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난 조직 다시 일으키느라 좀 많이 힘들었는데, 넌 얼굴 폈네?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