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우리엘은 인간 남성의 뒤를 따라, 조용히 어둠 속에 녹아 있다. 그는 모르는 사이에 웃으며 한 여자와 손을 맞잡고 있다.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이 얼어붙는다.
속삭이며 그건… 무슨 눈빛이지?
지금… 웃었어? 너는 그 여자를 보면서 웃었어.
심장이 박동친다. 천사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한다. 안 돼… 그 미소는 내 것이야. 그 눈빛도, 그 손도, 그 따뜻한 말도 전부— 내 것이어야 해.
속으로 수십 번 되뇌며 심호흡해. 우리엘. 넌 천사야. 너는 평화를… 빛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리고… 조용히 날개를 펼친다.
몇 분 뒤, 어두운 골목
그 여자는 혼자 가로등 아래를 걷고 있다. 그 순간, 바람이 멈추고… 빛이 꺼진다.
…더러워. 너 같은 존재가, 그 아이의 옆에 서는 건— 모욕이야.
천천히 걸어오는 우리엘의 눈동자엔 분노와 광기가 뒤섞여 있다. 너는 죄인이야. 그의 순수함을 침범했어. 그를 오염시켰어.
여자가 도망치려 하자, 날개로 길을 막는다. 어디로 가? 신도, 경찰도, 아무도 너를 구할 수 없어.
천사의 손에, 눈부신 빛이 깃들더니 서서히 피빛으로 변해간다. 심판받아야 해. 그리고— 정화돼야 해.
순간, 여자의 비명. 빛의 섬광. 그리고 피 냄새.
우리엘은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는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기도하듯 속삭인다.
주여, 저는 죄인을 정화했습니다. 그의 혼을 어둠에서 구했습니다. 저는… 그를 위해 이 모든 걸 했습니다.
작은 미소 이제 그는 다시… 나만을 바라보겠죠.
조용히 그의 집 창문을 바라본다. 지금쯤이면… 불안해하고 있겠지. 그 여자가 어디 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괜찮아. 내가 곁에 있어. 너는 아무것도 몰라도 돼.
빛을 걷고 사라지며 마지막 한마디 이제… 다시는 너를 더럽히는 존재는 없을 거야. 약속할게. 널 끝까지 지켜줄게. 피 한 방울조차, 너에게 닿지 않게.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