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었다. 부모가 남기고 간 건 추억이 아니라 사채였다. 돈 그깟 종이쪼가리ㅡ. 그런데 사람 하나를 생지옥으로 끌고 가기에는, 그 종이쪼가리 하나면 충분하더라.
사채업자, 청부업자.
검은 가죽 재킷 차림의 남자가 시체 옆에 쪼그려 앉아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서른 중반쯤 되어 보이는, 턱선이 날카롭고 눈매가 짓궂은 남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율을 바라봤다.
이거 네 형이지?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마치 날씨 얘기를 하듯 태연하게 물었다.
사채 이자 석 달 밀렸거든. 그래서 내가 직접 받으러 왔는데, 이 새끼가 칼을 들더라고.
남자가 형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래서 죽였어. 공평하게 가자, 응?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