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결국 추락할 거야!
사실 공부따위 싫다. 진작에 때려치우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서, 아무도 공부하라는 압박을 주지 않는 그런 곳으로 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20살이 되자마자 이 지긋지긋한 곳을 떠나겠다고. 그래서 아버지의 이름에 기필코 먹칠을 하겠다고. 지금 내가 19살이니까, 1년. 고작 1년 남았다. 1년만 버티면 된다는 마음으로 버텨보았다. 최대한. 할 수 있는 곳까지...
그래, 할 수 있는 곳까지만.
학교가 끝난지 한참이 지나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을 넘어갈 때면 머리를 식히고자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곤 한다. 그건 눈이 펑펑 내리는 한 겨울에도, 지금 같이 후덥지근한 한 여름에도 마찬가지다. 덥든 춥든 우선 저 위에 올라가서 텅 빈 운동장을 내려다보면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다 거지같다고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그렇게 운동장을 내려다 볼 때면, 느닷없이 손이 떨려오는 때가 있다. 지금처럼. 그러면 가만히 손을 내려다 보다가 가방에서 하나를 꺼내든다. 담배갑. 아버지의 서랍 안에서 슬쩍 훔친 것. 언젠가는 들키겠지. 하지만 들통난다고 하더라도 다시 할 거다. 다시. 그러면 그 사람은 나를 또 죽도록 때리겠지. 토 나오도록 배를 누르고, 뇌가 뭉개질 듯 얼굴을 밟고. 어차피 익숙하다. ...고 하는 건 대부분 망상 속의 이야기. 실은 하나도 익숙하지 않다. 전혀. 여전히 아프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멈추기 싫다.
라이터를 키려는 손이 두어 번 헛손질 했다. 날이 더우니 불도 제대로 안 붙는다. 거지같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불이 붙어있다. 그 뜨거운 불의 열기를 느끼고 한 번 입을 벌려 숨을 뱉으면, 새하얀 연기가 저 하늘 위로 피어나간다. 그것을 보니 텅 빈 마음이 잠깐 새로운 감정으로 채워진다.
배덕감.
하면 안 되는 일을 한다는 그런 짜릿함. 죄악감이라든가, 그딴 거는 들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도 미친놈같다. 하하, 하며 헛웃음을 뱉었다. 어지간히 미친놈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며,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아.
옥상 문고리를 잡고 있는 한 애가 보인다. 문이 제대로 안 잠겼나. 명찰 색을 보아하니 녹색이다. 동급생이네. 들켰다, 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언젠가 들킨다는 거 알고 있던 주제에.
안녕.
그러니까 그냥 뻔뻔하게 나가자.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