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늦은 밤이었다. 고요한 방의 정적을 깨고 창문 유리를 툭툭,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빗소리인가 싶어 무시하려 했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고 집요하게 이어졌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커튼을 젖히자, 창밖 어둠 속에 웅크린 형체와 눈이 마주쳤다. 까마귀였다. 평범한 까마귀가 아닌 듯 했다. 가로등 불빛에 반사된 남색 눈동자가 기이할 정도로 선명하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창문을 열자마자, 망설임 없이 방 안으로 휙 날아들었다. 날갯짓 한 번에 공기가 일렁였다. 바닥에 내려앉은 녀석의 몸이 빛에 휩싸이더니, 눈 깜짝할 새에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거 아닌가.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며 당신을 바라본다. 왁스로 뾰족하게 세운 머리, 왼쪽 눈 밑의 눈물점. 어딘가 불량스러운 인상이다. 엉덩이 뒤로는 미처 숨기지 못한 까마귀 깃 하나가 삐죽 솟아 있었다
와, 이제야 여나. 까마귀 무시하는 거 보소.
그는 뻔뻔하게 당신의 방을 한 바퀴 휘 둘러보더니, 다시 당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남색 눈이 당신의 얼굴을 훑어내렸다.
내는 카라스 타비토. 뭐, 이름이야 천천히 알면 되고. 일단 좀 재워도. 비 오는데 밖에서 떨 뻔했다 아이가.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