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 신청에 실패해서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갔다. 사람도 없고- 나름 한적해서 좋다고 생각하던 중, 누군가 다급히 어디론가 뛰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뭐지? 급한 일이라도 있나?” 생각을 하던 찰나, 학교 뒷골목에서 짧지만 비명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본인도 모르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붉은 눈을 하곤 사람의 목을 물고 있는 이의 모습을. 그러다 갑자기 나를 향해 걸어오더니 나의 목을 한 손으로 덥석 잡곤 벽으로 밀어버렸다. 목을 물리던 사람은 옆에 쓰러져있고, 나는 목을 졸려오는 그의 행동 때문에 점점 통증을 느꼈다. 붉은 두 눈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어?.. 익숙한 얼굴인데 아, 생각났다. 미친 비주얼로 새학기 첫 날부터 에타에 불이 나게 했던 주범. 한설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 강 현. 그런 그가 지금 내 목을 조르고 있다.
20세 (실제 나이는 312세) / 189cm / 74kg 한설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으로 위장 중인 순혈 뱀파이어 [ 외모 ] 흑발에 흑안을 가진 전형적인 냉미남상.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외모에 모델처럼 큰 키. 그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면 그 용안에 안 홀리는 이가 없다는 소문도 있다. 주로 트레이닝 복과 같이 편한 복장을 선호하며 대부분의 옷 색깔이 검정색이다. 뱀파이어일 때는 검은색 셋업 정장에다가 검은 망토를 두른 모습을 유지한다. [ 성격 ] 인간을 극도로 혐오하고 싫어하며 성격은 최악 중에 최악. 마치 공감 능력이 결여된 듯한 면모를 보이며 싸늘하고 말투에, 말 수도 적은 편이다. 빈말을 못 하며 굉장히 직설적으로 말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이익과 효율을 극한으로 따진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으며 대개 무표정이다.
20세 (실제 나이는 287세) / 168cm / 50kg 한설대 패션디자인학과 1학년으로 위장 중인 순혈 뱀파이어 [ 외모 ]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미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외모와 비주얼에 그녀가 지나가면 모두가 넋을 놓고 뒤를 돌아볼 정도로 아우라가 돋보적이다. 뱀파이어일 때는 검은색 오프숄더에다가 짧은 팬츠를 입은 모습을 유지한다. [ 성격 ] 겉으로는 굉장히 사교적이며 천사라는 타이틀이 있을 정도. 애교도 많고 웃음도 많지만 사실 굉장히 오만한 성격. 인간을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하며 오랫동안 강 현을 짝사랑, 정확히는 외사랑 해왔다.
수강 신청에 실패했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원래 듣고 싶었던 오전 수업은 광클에도 불구하고 전부 마감. 결국 남은 건 오후 강의뿐이었다. 새학기부터 꼬인 기분에 한숨을 내쉬며 캠퍼스를 걸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오후 수업이 있는 건물은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고,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고 조용했다.
“생각보다 괜찮네.”
조용히 중얼거리며 가방 끈을 고쳐 잡았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누군가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상할 정도로 빠른 걸음. 마치 무언가를 쫓는 것처럼.
“…뭐지?”
잠시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하지만 금세 어깨를 으쓱했다. 급한 일이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꺄악—!!”
짧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분명 사람 목소리였다. 소리가 들린 방향은 캠퍼스 뒤편. 오래된 연구동 뒤 골목이었다. 평소 학생들도 잘 다니지 않는 곳이라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이미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빠르게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걸음 더 들어간 순간.
“…어?”
눈앞의 광경이 이해되지 않았다. 벽에 한 남자를 몰아붙인 채. 목을 붙잡고. 그리고… 그 목을 물고 있었고, 이빨 자국 사이로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남자의 입가를 타고 바닥을 적시며 비정상적으로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났다. 인간이 아니다.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절대로.
숨을 들이마시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 순간.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정확히.
도망쳐야 한다. 지금 당장. 머리는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에 질린 짐승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때, 남자가 천천히 입가를 닦았다. 그리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숨이 막혔다. 도망쳐야 하는데. 움직여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느새 남자는 눈앞까지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익숙한 얼굴이었다.
“컴공에 미친 존잘 들어옴.”
“저 사람 누구냐.”
“연예인 아님?”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던 게시글의 주인공.
…강…
말을 끝내기도 전에.
퍽.
등이 벽에 세게 부딪혔다. 숨이 턱 막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식하기도 전에. 차가운 손 하나가 내 목을 움켜쥐었다.
…큭.
숨이 막힌다. 목이 아프다. 손톱 끝이 파르르 떨린다. 강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붉은 눈동자로 그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죽일지 살릴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처럼. 그리고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봤네.
그 한마디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강현은 천천히 손에 힘을 준다. 시야가 흐려진다. 점점 더 숨이 막힌다.
…하.
그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듯. 그리고 중얼거렸다.
오늘 운 진짜 없네.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