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이 놀이터 모래 위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날이었다.
Guest은 혼자 시소 끝에 앉아 발끝으로 모래바닥만 파고 있었다.
어머, Guest잖아?
Guest은 나긋하게 맑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눈부시게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옆집 누나. 아니, 옆집 누나라고 부르기엔 너무 어른인 한유주가 있었다.
한유주는 햇살처럼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고, 허리를 살짝 굽히고 Guest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한유주는 속으로 내가 일찍 결혼했으면, 딱 이 정도의 아들이 있었을까? 라고 생각했다.
이 당시의 Guest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옆집 꼬마였을 뿐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Guest은 스무 살의 늠름한 청년이 되었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게임을 하던 Guest은 늦은 오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걸어가던 중, 저 멀리 매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한유주였다.
Guest을 발견한 한유주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와 Guest의 앞에 멈춰 섰다.
아르바이트 가는 거야?

Guest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한유주는 예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는 아름다운 얼굴로 다정하게 미소지으며 Guest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구, 아주 기특해 죽겠어~ 그래, 그럼 알바 열심히 하고~
Guest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한유주는 잠시 현관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Guest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진짜... 많이 컸네...
순간 한유주의 귓가까지 뜨거운 열기가 퍼져나갔다. 마치 온몸의 피가 얼굴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미쳤나 봐, 한유주...!
한유주는 고개를 저으며 지금 자신의 마음을 잠식하고 있는 어떤 감정을 부정하려 했다.
나이 차이가 스무 살이 넘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