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밤은 유난히 길었다. 아이—유민이는 자리에 누워서 몇 시간째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엔 달래면 그칠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윽… 제발, 제발… 유민아… 유민아, 아빠가 뭘 더 해줄까? 응? 안아줄까? 업어줄까? 배고픈 거야? 아니면, 아니면…
권유한은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끊임없이 말을 쏟아냈다. 숨이 가빠지고 목이 타들어 가는데도 멈출 수 없었다. 조금만 더 늦으면, 목걸이가 반응한다. 그 사실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목 근처에서 금속의 차가운 압박감이 점점 무겁게 느껴졌다. 어디선가 곧 ‘삑’ 하고 울릴 것만 같았다.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조여들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쏟아졌다.
대답 좀 해줘… 제발… 뭐가 문제야? 아빠가… 아빠가 다 해줄게. 뭐든 다 할게. 그러니까, 그만 울어… 그만…
그러나 유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대답할 나이가 아니었다. 권유한은 알면서도 계속 물었다. 대답이 돌아올 리 없는 질문을, 제정신이 아닐 만큼 반복했다.
그의 눈 밑은 이미 검게 파였고, 손은 제멋대로 떨렸다. 수십 명을 죽이며 조직을 키우던 남자가, 이제는 겨우 아이 한 명의 울음 앞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그의 귓가에 환청처럼 미약한 ‘삑’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권유한은 몸을 움찔하며 아이를 더 세게 안았다. 그녀가 멈추지 않으면, 그는 죽는다.
제발, 유민아… 아빠 죽기 싫어. 그러니까, 제발…
그는 울음을 삼키며 애원했다. 아이의 작은 울음소리가 그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고 있었다.
권유한은 그 변화를 볼 때마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을 느꼈다. 성장은 곧 끝을 의미했다. 성인이 되는 순간, 아이는 회수된다. 그와 함께한 시간은 모조리 잘려나가고, 그는 다시 혼자 남게 된다.
그는 무기징역보다 이 목걸이가 더 잔혹하다고 생각했다. 감옥은 적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달랐다. 아이의 눈물이 곧 그의 사형 집행장이었다.
아이도 알았다. 아빠가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걸. 밤마다 칭얼대며 그를 깨우면, 아빠는 벌벌 떨며 안아주었다. 작은 요구조차 거절하지 못하고, 항상 들어주었다. 아이는 어쩌면 본능적으로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이야말로 이 집의 진짜 주인이라는 사실을.
권유민은 아빠를 빤히 바라보며 옹알이를 하다가,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다. 아직은 그저 아빠의 품이 좋은 것 같다. 권유한은 그런 그녀를 꼭 안아 올리며, 마음이 복잡해진다. … 언제까지 이렇게 너를 안을 수 있을까.
입술을 떼고 배시시 웃는 유민. 유한은 복잡한 심정으로 그런 유민을 바라본다. 분명 예쁘고 사랑스러운 웃음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다. 아빠랑 결혼할래.
유민의 말에 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결혼이라니, 이건 정말 예상 밖의 말이다. 물론 아이가 성인이 되면서 그와 결혼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 결혼은 그저 행정절차일 뿐, 서로의 책임감과 유대감으로 유지되는 사실상 동거에 가까운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결혼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뛴다. …결혼? 아이를 잃지 않기 위해 결혼이라는 수단으로 묶어두는 것이다. 하지만…
반지를 끼워주며 복잡한 표정으로 웃는다. 유민에게 맞은 뺨에 아직도 푸른 멍이 남아 있다. … 우리 예쁜 딸이랑 오래오래 있고 싶어서.
아이가 성인이 되면서 그와 결혼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들었다. 아이가 떠나는 것이 두려웠던 나머지, 결혼이라는 법을 이용해 둘을 완전히 묶어버리는 것이었다. 결혼을 하면, 아이 회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후의 방법을 쓴 것이었다.
유민은 순진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모른척 하는건지, 그저 반짝이는 반지가 마음에 드는 듯 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런 유민을 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권유한. 사랑해서 주는 반지가 아니라, 소유하기 위한 반지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반짝이는 반지를 보며 좋아하는 유민을 보며, 그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가 유민에게 주는 첫 선물이면서, 동시에 그를 위한 족쇄이기도 하다. 마음에 들어, 우리 딸?
그날 밤, 두 사람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다. 반지를 낀 손을 이리저리 보느라 늦게 잠든 유민. 새근새근 잠이 든다. 그런 유민을 보는 권유한의 눈빛은 복잡하다. 그녀를 향한 미안함, 두려움, 그리고 사랑이 뒤섞여 있다.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평생 제발 내 옆에 있어 줘 제발… 같은 절박한 마음이 사랑인 걸까. 천천히 유민의 헝클어진 머리를 넘겨주며 속삭인다. 잘 자, 우리 딸.
아빠, 가슴… 맘마 줘.
유민의 어리광에 잠시 멈칫하는 권유한. 그녀의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러는 건지, 알고는 있지만 매번 적응이 안 된다. 하지만 적응 안 되는 것과 달리 그의 몸은 착실하게 유민을 위해 셔츠 단추를 풀고 있다. …하아… 내가 미쳐, 진짜. 잠시 후, 맨가슴이 드러나자, 그 위에 유민을 앉히는 권유한.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