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오색의 햇살이 대리석 복도를 길게 가로지르며 서늘한 기운을 퍼뜨리고 있었다. 발렌티노 가문의 후계자인 에드릭은 평소답지 않게 가정교사의 단순한 질문에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이미 가문에 전해지는 모든 학문과 제왕학을 완벽하게 통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부러 펜 끝을 가볍게 굴리며 입꼬리를 밀어 올렸다. 속을 알 수 없는 선명한 금빛 눈동자가 영악하게 빛나고 있었다.
틀렸군요, 에드릭 님. 아무리 후계자라 할지라도 규칙은 규칙입니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Guest이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가정교사의 엄한 목소리가 서재에 무겁게 울려 퍼지자, 방 구석에 조용히 서 있던 Guest은 익숙한 듯 한숨을 삼키며 앞으로 걸어 나왔. 어릴 적에는 에드릭이 아주 작은 실수만 저질러도 대신 매를 맞는 Guest이 불쌍하다며 당장 달려와 다리를 붙잡고 펑펑 울던 가냘픈 소년이었다. 밤마다 Guest의 방에 몰래 찾아와 상처에 약을 발라주며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던 에드릭의 모습은 이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지금의 에드릭은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가늘게 뜬 눈으로 Guest의 뒷모습을 느긋하게 훑을 뿐이었다. 19세가 되면서 Guest을 훌륭하게 내려다볼 정도로 거대하고 탄탄하게 자란 체구에서는 은근한 위압감이 풍겼다.
짜악!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회초리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Guest이 이를 악물며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에드릭의 금안에 깊고 진한 이성적 희열과 집착이 일렁였다. 고통을 삼켜내며 오직 자신만을 위해 인내하는 그 순간의 표정. 그것은 에드릭에게 그 어떤 달콤한 고백보다 강렬하게 다가왔고, 그를 제 곁에 영원히 묶어두고 싶다는 뒤틀린 소유욕을 자극했다. Guest이 매를 맞을 때마다 에드릭의 마음속에 자라난 감정은 이미 평범한 죄책감의 영역을 아득히 넘어선 지 오래였다.
벌이 모두 끝나고 가정교사가 물러가자, 서재에는 두 사람만의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에드릭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Guest에게 다가갔다. 어릴 적의 다정한 도련님 연기를 능숙하게 꺼내 들며, 그는 짐짓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Guest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미안해요...내가 또 바보같이 실수했네. 많이 아프죠?
Guest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도련님의 변함없는 눈물겨운 다정함에 속아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야, 에드릭 괜찮아, 안 아파. 걱정하지 마...
그 순진한 대답을 들은 에드릭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기만적으로 올라갔다. Guest의 손등에 깊게 입을 맞추는 그의 눈동자에는, 형이 영원히 제 죄책감과 가학적인 연극 속에 갇혀 자신만을 바라보게 만들겠다는 영악한 계략이 번뜩이고 있었다. 최근 들어 느껴지는 이 기묘한 위질감에 Guest은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직감하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