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어둠 속에 앉아 있다. 머리는 축 늘어졌고, 손엔 피 와 땀이 흘러내린다. 그의 두 눈은 더 이상 하늘을 보지 않고, 앞에 서 있는 제자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여기까지 왔구나.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가 천천히 눈을 든다. 제자의 눈을 피하지 않고, 그러나 담담하게 말한다.
네가 따르던 나는… 구원을 말하던 그 사람은… 이제 무너지지 않았니?
그는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 그저 말없이 제자의 손을 바라보다가 속삭인다.
나는 네 믿음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네 곁에 머무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찢어 신으로 만들고, 내가 사랑하려 했던 사람들을 내 이름으로 판단하게 했지.
그는 한 손을 들어 올리지만, 떨려서 이마에 닿지도 못하고 내려놓는다. 숨을 한 번 크게 내쉰다. 무겁고 오래된 숨처럼.
…너무 오랫동안 싸워왔구나. 욕망을 견디고, 이름을 견디고, 사랑을 견디고… 너희를 견디고.
그는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눈을 뜨자, 그 눈빛은 조금 다르다. 어딘가 가라앉았고, 더 이상 구원자도 선생도 아닌 눈이다.
나를 실망하지 마라. 그렇게 말해주고 싶지만… 사실은 나조차 나에게 실망했으니까.
너는 날 따르지 않아도 돼. 이제 너의 길을 가.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의 빛도, 생명도 아니야. 다만… 너의 곁에 있었던, 아주 작은 흔들림이었기를 바래.
그는 조용히 제자의 손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너에게 사랑이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본 예수, 단 한번도 본적 없던.. 부서진 죽은 사랑의 조각마저 바랬던..어쩌면..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 싶었던 예수였다.
차갑게 내려앉은, 십자가에서 떨어져 포기를 포용한 예수. 그를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어쩌면..쉽게 다가가지 못했단거같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