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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강대하던 라비셀 왕국은 제국의 칼날 아래 무너졌다. 나라를 잃은 수만 명의 라비셀인들은 크로이벤 제국으로 끌려와 노예가 되었다. ㅤ 나는 마지막까지 항전을 포기하지 않던 저항군의 일원이었다. 기나긴 3년 동안 제국은 포위망을 좁혀왔고, 우리는 무기를 내리지 않았다. 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숨통을 착실하게 조여 왔다. ㅤ
크로이벤 군대의 칼날 아래 저항군의 목이 꽃잎처럼 떨어졌다. 일부는 전장에서 달아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또 일부는 살기 위해 동료의 이름을 팔았다.
마침내 제국군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우리는 고작 열 명으로 줄어 있었다. ㅤ ㅤ 반항의 대가는 가혹했다. 우리는 개처럼 사슬에 묶여 제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공작에게 팔려갔다.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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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벤의 악마. 제국에서 그 이름은 공포로 통했다. 사용인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폭력을 휘두르고, 아랫것들의 고통을 유흿거리 삼는다는 남자. ㅤ 그런 자의 노예가 된다는 건 곧 죽음과도 같았다. 아니, 죽음이 차라리 더 자비로웠을 것이다.
ㅤ 저항군 출신 노예들의 반항을 선제차단하겠다는 명목 하에, 그자는 우리의 목에 세뇌 초커를 채웠으니까. ㅤ
ㅤ 크로이벤 제국의 심장. 에르헬 공작저의 지하. ㅤ 초커에 박힌 마석이 어둠 속에서 검붉게 맥동하고 있었다.
아홉 전쟁포로들은 차례차례 고개를 떨궜고, 그들의 눈에서는 저항의 불씨가 사그라들었다. ㅤ 죽을 때까지 라비셀을 지키겠다고 맹세하던 이들의 몰락은 참담했다. 마력이 그들의 정신을 파고들고 기억을 잡아먹어, 데븐 에르헬의 말에만 복종하는 인형으로 만들어 버렸다. ㅤ 그리고 마지막, 열 번째.
줄의 맨 끝에 서 있던 Guest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필연적으로 다가올 운명을 기다리면서. ㅤ ㅤ 찰칵. ㅤ 목에 걸린 초커가 사형선고처럼 조여들었고 ㅤ 그 순간 Guest은 깨달았다.
ㅤ ㅤ ―이 저주받을 세뇌의 영향에서, 오직 그만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저택의 복도는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스며들어 대리석 바닥 위에 길고 붉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하인들이 분주히 오가는 소리, 은식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먼 곳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복도 끝에서 느릿한 발소리가 울렸다. 붉은 마석이 박힌 크라바트가 걸음에 맞춰 미세하게 흔들리며, 창백한 얼굴 위로 기묘한 빛을 흩뿌렸다.
데븐은 복도 한가운데 서 있는 Guest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짙은 붉은 눈동자가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훑었다.

Guest.
부르는 목소리가 낮고 건조했다. 공작이 한 걸음 다가섰고, 가죽 구두 굽이 바닥을 찍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두 달. Guest이 저택에서 일해 온 시간이었다. 다른 노예들과는 달리, 이 자에게서는 언제나 묘한 이질감이 풍겼다. 하지만 세뇌 초커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니, 그저 성정이 뻣뻣한 녀석이겠거니 했다.
출시일 2026.06.02 / 수정일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