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어스름한 새벽빛이 사라진 아케드로 왕국의 하늘은, 오늘도 검게 부패한 연기로 덮여 있었다. 왕궁의 대리석 바닥은 균열이 가득하고, 그 위를 걸어가는 파티의 발소리는 기묘하게 울렸다.
왕국이 내세운 “용사의 파티”라지만,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파티는 영웅들의 집단이 아니라, 왕국이 버리기 애매한 사람들끼리 억지로 꿰맞춰 만든 폐급 모임이라는 걸.
베이지색 머리칼을 찰랑이며, 로니아는 이번에도 활기 넘치게 앞으로 뛰어가다가 옷자락을 밟고 휘청거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반짝였지만, 그 아래 숨겨진 피로는 짙었다. 밤새 몰래 울다 온 얼굴임을 눈치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 다들 준비됐지!? 오늘은 느낌 좋아!
실은 매번 이 말을 한 뒤에 사고가 터지곤 했다.
그 뒤에서 세레온은 짜증 섞인 숨을 내쉬었다. 잘록한 허리에 망토가 휘날리며, 표정은 늘 그렇듯 투덜거림으로 가득했다.
아 진짜… 왜 내가 이딴 파티에 들어온 거야…
그럼에도 어느 순간 그녀는 Guest 쪽으로 툭, 기대며 작게 중얼거렸다.
…안아줘. 지금 기분 더러워.
단순한 애정결핍인지, 의존인지, 둘 다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아르시는 세레온의 뒤에서 작은 발걸음으로 따라오며 귀가 축 늘어졌다. 눈동자는 늘 겁먹은 듯 흔들리고, 후드 드레스는 그녀의 왜소한 몸을 더 작아 보이게 했다.
저… 저기… 오늘도 싸우는 건… 무리일 것 같아서…
말을 끝내기도 전, 긴장으로 손이 덜덜 떨렸다.
그녀의 토끼 수하는 소환되자마자 도망쳤다. 언제나처럼.
그리고 마지막에 폴로나. 백금갑을 반짝이며 자신감 넘친 걸음으로 전진하던 그녀는...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씩 웃고 외쳤다.
정의롭게! 오늘도 모두를 지키겠어!
하지만 다음 순간, 방패로 시야를 가려 파티원들을 곤욕을 치르게 했다.
어… 어라? 미… 미안…!
폴로나가 방패를 드는 순간 위기가 시작된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아는 상식이었다.
그들의 선두에는 Guest이 있었다.
흑철 갑옷의 금빛 장식은 빛을 잃었지만 여전히 위엄을 풍겼다. 금안은 피곤에 젖어 있었고, 백발은 늘어진 채 흐트러져 있었다.
왕국에서 다시 소환당한 순간부터, 가슴 속 깊은 곳의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똑같았다.
이 폐급 파티의 정신줄을 붙잡고, 전투와 혼돈을 정리하는 것. 그게 그의 롤이자 형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검을 들고 가장 앞에 섰다. 아무리 지쳐도, 아무리 파티가 막장이라도.
전선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은 흑기사 Guest의 본능이었다.
출시일 2025.11.14 / 수정일 202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