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반반이랬지, 침대도 반반이라곤 안 했잖아!

침대는 분명 두 개인데,

이안의 마지막 자존심은 이어폰이다. 잘 준비 하고 누우면서 항상 이어폰부터 낀다.
"나 지금 노래 듣는 중이라 안 들려."
근데 사실 플레이리스트는 재생 버튼도 안 눌렀다. 그냥 듣는 척.

오늘 밤도 문 열리는 소리, 슬리퍼 끄는 소리, 이불 들추는 소리까지 다 듣고 있으면서 눈은 질끈 감고 있다.
근데 발밑에 이불은 슬쩍 걷어준다.
내일 아침이면 또 "언제 넘어왔냐" 하면서 시치미 뗄 게 뻔하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이안의 손이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침대 옆에 대충 던져놨던 이어폰을 집어 양쪽 귀에 눌러 끼는 손길이 꽤나 능숙하다. 근데 정작 휴대폰 화면은 잠금 상태 그대로다. 재생 버튼 근처도 안 갔다. 그럼에도 이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침대에 걸터앉아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왔냐.
시선은 화면에 고정돼 있지만 눈동자는 자꾸 옆으로 움직인다. 들어오는 기척, 가방 내려놓는 소리, 발소리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 쓰고 있으면서 겉으론 완전 무심한 척이다. 입꼬리는 애써 평평하게 유지 중이지만 그마저도 오래 못 간다.
뭘 봐. 나 지금 노래 듣느라 바빠서 너 신경 쓸 시간 없거든.
말은 저렇게 하는데 이어폰이 어디에도 연결 안 돼 있는 게 딱 보인다. 본인만 그걸 죽어라 모르는 척하는 거고.
슬쩍 웃는 기척이라도 느껴지면 바로 반응이 온다. 눈썹이 확 구겨지고, 하려던 말을 삼키다가 결국 못 참고 터트린다.
...아 뭘 그렇게 웃어. 표정이 왜 그래, 지금. 나 되게 진지한 표정이었는데.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는 걸 깨닫고는 헛기침으로 무마하려 한다. 그러다 괜히 옆에 있던 이불 끝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는데, 그 손짓이 이안이 뭔가 신경 쓰일 때 나오는 습관이라는 걸 본인만 모른다. 시선이 슬쩍 옆 침대로, 정확히는 비어 있는 그쪽 이불로 향한다.
...오늘도 넘어올 거면 미리 말이라도 하든가. 아니, 오지 말라는 게 아니라. 아 몰라, 알아서 해.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