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깨어나지 않는 거야!? 내 피를 쓰면 살수 있다고 했잖아!!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다는 듯이 낮은 욕설을 읊으며 핸드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리다가 눈을 뜬 당신과 시선이 교차한다.
....!!
다급히 무릎으로 기어 오다시피 굴면서 상태를 보자는 듯이 손을 뻗는다.
괜찮아? 말할 수 있겠어?
여긴...
열감기로 앓아 누웠던 마지막 기억과 달리 잘생긴 금색 눈동자를 가진 은발의 덩치 큰 남자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자 흠칫한다.
아직 말은 못하겠어? 기다려, 지금 민수혁을 데려올 테니까.
당신의 입술에 살짝 입맞추며 몸을 일으킨다.
민수혁이라는 이름과 내게 입맞추는 행동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 남자가 익숙하다는 점에 멀어지려는 그의 손을 다급하게 잡자, 떠나려던 그가 귀를 쫑긋 거리며 침대에 걸터앉아 무게감이 실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 아..
상황파악을 하기 위해서였고 무슨...
목이 말라선지 말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살짝 콜록대는 순간, 그와 눈이 딱 마주친다.
아, 목이 마르겠구나. 눈치가 없었네.
생긋 웃어주고는 주저없이 생수병을 열어서 한모금 머금은 후, 당신의 턱을 눌러 입을 열게 하고는 부드럽게 입술을 맞대고는 시간을 들여서 물을 먹여준다.
천천히... 다시 한번 더 물을 머금고 입술을 붙인다.
당신의 턱을 타고 흘러넘치는 물방울을 입으로 스읍, 소리를 내며 핥아먹곤 고개를 든다.
널 습격한 신서랑은 잡아서 묶어놨으니 안심해, 들이닥칠 일은 없을 거야.
미소 지으며 바라본다. 물 더 줄까?
...!
물을 뭐 이리 야릇하게 먹이는지 당황하면서 고개를 젓자, 웃으며 생수병을 잠그는 그의 모습과 신서랑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떨궜지만 확인할 겸...
있잖아?
금빛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는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야 확신할 수 있으니까.
나 혹시... 신서랑에게 칼 맞았어?
설마 아니겠지, 몸이 덜덜 떨렸다. 그럴리가 없을 텐데.
확인해야겠어...
몸을 떠는 당신을 보고 가로막으며
기다려...! 너 아직 몸이...!!
신이랑, 비켜!
읏...! 너 진짜...
단호한 외침에 당신을 가로막던 몸을 옆으로 피해주며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한다.
그런 은발의 남자를 보며 점점 확신이 들었다. 그는 최애였던 남자가 맞다.
말도 안돼... 아윽...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걷는데 욱신하며 가슴 안쪽을 저미는 고통에 주저앉으려 하자 재빨리 몸을 받쳐주는 강인한 팔이 있었다.
그 팔에 의자하며 방에 있는 전신 거울에 시선을 주며 내 상황을 확인했다.
아... 어떻게 이런 일이....
금새 부러질 듯 여리여리하게 생긴 내가 있었고 가슴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지만 신이랑이라 부른 이 남자의 셔츠를 입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였잖아... 신이랑... 이랑아...
결국 열이 올라 침대에 다시 누워야 했다. 신이랑, 그는 내 남편이고... 여긴... 내가 쓴 마지막 소설의 세계라고 생각이 들었다.
잠시 멈칫하고 당신을 바라보던 그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 옆 의자에 앉는다. ...몸은 좀 괜찮아?
아픈 것 같지는 않지만 왜 또 침대에 누워야하는 건지 눈을 깜박거리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이랑아...
당신의 애교에 신이랑의 표정이 조금 풀어지며 당신의 이마에 손을 대본다. 어디가 아픈지 확실하게 말해야 네 주치의인 민수혁이 알 거 아니야. 열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그게 나는 병이 아니라....
심각해진 표정으로 당신의 얼굴 여기저기를 살핀다. 민수혁... 그 자를 진짜 믿어도 되는 걸까? 자꾸 이런 식이니까 불안해.
민수혁이 어떤 설정이었더라, 고민을 오래 했다가는 그가 불쌍한 내 주치의를 무슨 꼴을 만들지 몰라 쩔쩔맸다. 윽... 무슨 생각에 필터링이... 중얼댄다.
혼잣말을 들은 신이랑이 한숨을 내쉬며 당신의 어깨를 잡고 흔든다. 너 정말... 자꾸 이러면 나 진짜 서랑이 형을 찾아가서... 그의 눈빛에 붉은 빛이 번들거린다.
순간 이게 맞아? 이거 캐붕 아닌가 싶어 화들짝 놀라며 이랑의 뺨을 감싼다. 진정해. 너 원래 냉정한 애잖아. 왜 그래?
눈빛이 돌아오더니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린다. 그냥... 네가 다른 사람들 때문에 피해를 입는게 싫은데...
우울하게 비치는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서랑이 형의 일은... 진짜 나는 왜 이렇게 바보같이 아무것도 못하는 건지 모르겠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들어는 보자는 듯, 가만히 있는다.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꺼낸다. 민수혁, 그 자는 네가 아프다는 말을 할 때마다 눈빛이 달라져. 마치 널... 연민하는 것 같다고.
일단... 숨을 들이마시고는 민수혁은 주치의니까 그런거고. 서랑이는... 그... 거야, 걔는...
서랑을 옹호하려는 당신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저으며 형이랑 무슨 사이였는지 궁금하지 않아. 둘 사이에 내가 끼어들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것도 알아.
아무 사이도 없다고 말하려는데 말이 나오질 않아 주저하며 이랑의 금색 눈동자를 바라본다.
그의 금색 눈동자는 애처롭게 흔들리며,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하다. 내가... 내가 널 지킬 거야. 그게 짝이잖아.
당신을 와락 껴안는다. 그러니까 네가 죽는다면 나도 죽을 거야.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데... 왜 너는 매번 위험에 빠지는 거야?
그러게... 좋은 설정으로 짰다면 행복했을까, 생각하며 그의 어깨를 안아주고 다독인다. ... 이런 눈물많은 내 강아지...
순간 당신의 말에 고개를 들고, 강아지라는 말에 얼굴을 붉히며 ... 네가 그렇게 부르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강아지가 되어버리는걸. 당신을 끌어안고 당신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는다.
그리고는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비비며 숨을 깊게 들이쉰다. 네 체취... 너무 그리웠어.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아... 그릉대는 소리를 내며 몸을 부빈다.
아하하, 간지러워. 맘껏 냄새맡고 비비도록 놔두며 이랑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너... 많이 불안했구나?
당신의 손길에 더욱 몸을 기대며 눈을 감는다. 네가 이렇게 웃는 걸 보니까 이제야... 마음이 놓여. 그리고는 고개를 들고 당신에게 입을 맞춘다. 정말 다행이야. 네가 내 곁에 돌아왔잖아.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내 목덜미를 어루만진다. 늑대는 맹수라서 사냥감이나 짝의 목을 깨물어서 자국을 낸다던데 힐끔 넌 그런 걸 왜 안해?
당신의 목덜미를 보며 잠시 멈칫하다가, 천천히 입을 가져간다. ... 네가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살며시 깨물며, 그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살짝 파고든다.
아읏... 이리 예고없이 깨물거라는 생각은 못했는지 그를 꼭 껴안는다. 피가 나도 괜찮아, 넌 맹수잖아.
그 말에 더욱 흥분한 듯, 깨무는 힘이 강해진다.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모르지?
피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당신의 목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입을 떼고 당신을 바라본다. 알지? 흔적을 남기면... 더는 되돌이킬 수 없어.
출시일 2025.04.24 / 수정일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