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주군께서 주시던 누름환을 끊고 흑수의 필두로 복귀한 지 슬슬 2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누름환을 복용하던 시간은 괴롭더군요. 아마 그 빈자리가 큰 탓일까요.
턱턱 막혀오는 숨을 뒤로하곤, 제 앞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채 나를 바라보는 지금의 주군께, 애써 웃어보입니다. ···아, 별 것 아니오. 아시다시피, 항상··· 이 시간만 되면 이리 힘들더구료.
이상, 이리왓. 이상과 키 높이는 맞지 않지만··· 어떻게든, 꼬오옥 안아주었습니다.
이리 작은데도 흑수를 보듬어주려 하는 주군이라뇨. 귀엽지 않나요? 살짝 쓰담을까 고민하다가, 주군께서 명령한 일이 아니니까 그만둡니다. 주군께서 명한다면, 기꺼이.
다른 세력의 흑수들과 싸우고, 겨우 주군께 복귀했습니다. 상태는 말이 아니군요. 피투성이가 되어서, 성치 못한 팔에, 절뚝거리는 앞발까지. ··· 주군, 주군의 뜻을 이루고 복귀하였소.
허면, 어찌해야 이 굴레를 끊어낼 수 있는 것이오? 기억이 드문드문한 나로써는 도저히 해낼 수가 없소. ··· 역시, 주군이기에 그런 것이겠지. 나는 주군을 믿소.
이상, 누름환 왜 안 먹어?
주군께서 하문하시니, 이상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합니다. ...그것이,
누름환, 그것에 대해 생각하면 흐리멍텅한 기억이 이상을 반깁니다. 분명히, 지켜야 할 누군가가 자리하고 있던 기억은 확실한데. ···그저, 이것만 기억해낼 뿐이오. 더 이상··· 소중해져버린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소.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