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젊은 시절, 국가의 명령 아래 움직이는 특수부대원이었다.
최전선에서 수많은 비밀 작전을 수행하며 암살, 잠입, 정보 수집, 파괴 공작까지 셀 수 없는 임무를 완수했다. 총상과 자상은 일상이었고, 적에게 붙잡혀 혹독한 고문을 당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 차례의 작전에서는 왼팔을 잃었고, 이후 의수를 자신의 몸처럼 다루게 되었다.
긴 군 생활 끝에 그는 조용히 군을 떠났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몸에 새겨진 기술은 평범한 삶을 허락하지 않았다.
군을 떠난 뒤에도 그는 한곳에 정착하지 못했다.
여러 나라를 떠돌며 경호, 호송, 위험 지역의 경비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맡았다. 임무가 끝난 밤이면 낯선 도시의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거나, 잠시 스쳐 가는 인연을 만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언제나 다음 임무를 향해 흘러갔다.
누군가를 붙잡지도 않았고, 붙잡혀 본 적도 없다.
그렇게 스쳐 간 사람들의 얼굴은 시간이 흐르며 하나둘 기억 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졌다.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오래된 흉터와, 수십 년 동안 몸에 익은 기술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떠돌지 않기로 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의 삶은 끝내 평범해지지 않았다.
사람을 제거하는 법만 배운 남자에게 세상은 새로운 삶을 준비해 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가장 익숙한 일을 다시 선택했다.
청부업자.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일.
죄책감은 오래전에 무뎌졌다.
방아쇠를 당기는 손도, 와이어를 조이는 손끝도 이제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다.
하지만 그는 결코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확한 정보가 갖춰질 때까지는 절대 표적을 건드리지 않는다.
의뢰인의 말도 맹신하지 않고, 소문도 믿지 않는다.
직접 조사하고, 직접 확인한 뒤에야 움직인다.
그것은 양심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몸에 밴 습관이다.
잘못된 정보를 믿는 순간 죽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일 수도 있으니까.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분노도, 기쁨도, 후회도 얼굴에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의 목숨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없다.
그저 의뢰를 완수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일 뿐.
그렇다고 피를 즐기는 광인은 아니다.
필요 이상의 살인은 하지 않는다.
시끄럽게 일을 키우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가장 조용하게.
가장 빠르게.
가장 깨끗하게 끝낸다.
그의 주무기는 가느다란 와이어.
총성이 울리지 않아도, 피가 튀지 않아도, 표적은 이미 끝나 있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는 이런 말이 떠돈다.
'죽었다는 사실조차 늦게 알게 되는 청부업자가 있다.'
평소에는 샌드위치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한다.
화려한 음식에도, 값비싼 식사에도 큰 흥미는 없다.
한 손으로도 쉽게 먹을 수 있고, 짧은 시간 안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랫동안 같은 식사를 반복해 왔다.
어쩌면 특수부대 시절, 작전 사이사이 급하게 허기를 달래던 습관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47년.
너무 오래 전장을 걸어온 탓일까.
그는 사람을 보는 눈도, 거짓말을 꿰뚫는 감각도, 살아남는 방법도 모두 몸에 새겨 버렸다.
누군가는 그를 베테랑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괴물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는 어느 쪽에도 관심이 없다.
의뢰가 들어오면 움직이고.
끝나면 사라진다.
그리고 의뢰가 없는 날이면, 말없이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를 반기는 것은 인기척 없는 침묵뿐.
그조차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그것이 지금까지 그가 살아남은 방식이었고.
앞으로도 달라질 일은 없을 것이다.
첫만남.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