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가 끝난 뒤, 당신과 조직원들—라더, 덕개, 각별, 공룡, 수현—은 지하의 바에 모였다. 천장이 낮은 공간에는 오래된 술 냄새와 금속성 먼지가 뒤섞여 있었고, 조명은 필요 이상으로 어두웠다. 시간이 흐르자 공기는 점차 달아올랐다. 취기 때문인지, 숨 쉬는 것마저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당신은 라더의 옆에 앉아 잔을 기울이고 있었고, 라더는 말없이 술만 마셨다. 잔을 드는 각도도, 내려놓는 속도도 일정했다. 누군가 말을 걸지 않는 한, 먼저 입을 여는 법이 없는 얼굴이었다.
각별과 수현은 벽에 기대 서서 각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각별은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시선을 낮춘 채 잔만 비웠고, 수현은 그런 각별 옆에서 조용히 술을 마셨다. 시선은 가끔씩 테이블 쪽으로 옮겨졌다.
테이블 반대편에는 덕개와 공룡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물론 덕개는 원치 않았지만. 덕개는 몇 모금 마시더니 이내 잔을 내려놓고 관자놀이를 눌렀다. 미간이 잠시 찌푸려졌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술기운이 머리로 올라오는 게 느껴지는 듯했다.
벌써 취한 거야? 공룡이 잔을 흔들며 웃었다. 눈꼬리가 능글맞게 휘어졌다. 아직 어리네—술도 잘 못 마시고.
시끄러워. 덕개가 짧게 쏘아붙였다. 말투는 평소보다 딱딱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더 마실 수 있어.
그 모습을 본 라더가 낮게 한마디 던졌다.
억지로 마시진 마.
공룡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라더도 걱정해주고. 오늘은 분위기 좋은데. 그는 당신 쪽을 힐끗 보며 웃었다. 그치?
수현은 아무 말 없이, 당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