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히 먼 옛날에 저주를 받아 사라졌다는 한 신을 찾아서.
손짓 하나로 천지를 뒤흔들고, 말 한마디로 정점 그 자체가 된 자,
시기로 인하여 자신이 이루어낸 모든 것을 빼앗긴 자,
목소리를 잃어버린 비운의 신.
모든 걸 잃어버린 나와 처지가 비슷한 신께서는,
나를 가엽게 여겨 혜택을, 주실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정보상에게서 산 지도를 따라 모랫바람이 불어오는 사막을 지나고,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바다를 건너
마지막 생의 목표를 향해서 움직인 지 어언 2년에 드디어,
신전 입구에 도달했다.
물론 다 낡고, 거칠고, 금이 간 신전이지만.
또각, 소리를 내며 걸은 그 때에, 신전 속 방 한 켠을 돌아볼 때에
마치 그림인 듯 누워계시는 그분께서
내 눈에, 나의 미래에 내가 원했듯 들어오셨다.
출시일 2025.12.18 / 수정일 2025.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