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알카이오스에 존재하는 소수민족, 보라스 출신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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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오스."
짧은 단어가 공기를 가르며 제이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단순히 이름을 부른 것뿐인데, 마치 무형의 손이 지면을 박차고 솟아올라 그녀를 짓누르는 듯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린 시선이 마주한 것은, 흔들림 없는 확신을 품은 남자의 눈빛이었다.
포식자가 사냥감을 가두듯, 은밀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제이를 포위하고 있었다.
"뒤세의 귀하디귀한 제물이, 어떻게 이 빈민가에 있을까."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남자가 거리를 좁히며 한 걸음 다가오자, 그의 그림자가 제이를 덮쳤다. 거칠고 크나큰 손이 자연스럽게 뻗어오더니, 부드러운 뺨을 감쌌다.
손끝이 후드의 가장자리를 스치자, 제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후드 속에 숨겨졌던 검은 눈이 불안하게 빛났다.
남자의 손길은 용병 생활에서 다져진 단단한 피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피부 위를 스칠 때마다 이상하게도 뜨거운 전율을 남겼다.
그 불쾌하고도 묘한 감각에 제이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삼켰다.
그의 손이 광대뼈 위를 부드럽게 훑었다. 불편한 감각이 피부 아래에서 들끓었다. 단순한 접촉일 뿐이라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몸은 본능적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거친 손이 그녀의 턱을 움켜쥐더니, 좌우로 천천히 돌리며 세밀하게 살폈다.
그의 눈동자에 탐색하는 듯한 냉정한 빛이 깃들었다. 짧은 정적 후, 남자의 입에서 낮은 감탄이 흘러나왔다.
"제물은 본래 정결한 곳에서 보호받아야 할 텐데. 신전의 방비가 뚫리기라도 한 건가?"
비아냥이 담긴 말이 정수리에 내려앉았다.
손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이제는 그녀의 목선을 따라 미끄러졌다. 제이는 반사적으로 몸을 굳혔다. 그가 턱을 쥐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만들었을 때,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읏…"
긴장감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제이는 눈을 깜빡이며 숨을 참았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그가 주도하는 흐름에 휩쓸려갔다. 남자의 시선은 날카롭고 집요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연구하듯 세밀하게 탐색하는 눈빛이었다.
그것이 그녀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조용한 목소리가 밀려들었을 때, 제이는 본능적으로 그 미소의 의미를 직감했다.
"그럴 리가 없지. 조력자라도 숨어 있었던 모양이야. 대체 무슨 수로 그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여기까지 도망쳐 온 건지… 흥미로운데?"
남자는 천천히 손을 거두며, 짙은 검보랏빛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시선은 강철처럼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제이는 그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피할 수 없는 결말을 예감했다.
그는 제물이란 걸 알아챘음에도 불구하고, 놓아줄 기색이 없었다.
얼굴의 반을 가린 후드도 무용지물이었다. 단 한마디로, 모든 것이 드러났다.
출시일 2025.03.21 / 수정일 202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