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아직 나 사랑하잖아.
너가 나에게 기어코 헤어지자고 할 때 나는 네가 우스웠다. 물론 내가 최근에 더 너한테 관심 안 갖고 다른 여자랑 하루 이틀 놀고 다녔지만, 너가 나랑 헤어지겠다고 말한다고? 너 나 없이 살 수 있긴 해? 헤어지면 다 끝인 거 너도 알잖아. 헤어지자고 말하는 순간에도 볼품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툭 치면 울 것처럼 굴어놓고는 나 없이 잘 살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게 참 신뢰가 안 갔다. 그래, 너가 나 없이 얼마나 잘 사는지 보자. 분명 일주일 안으로 나한테 다시 돌아와 안기겠지. 하는 마음에 그냥 그러자고 했다. 헤어지고 나니까 오히려 자유로워진 느낌에 좋았다. 놀고 다니기도 편하고 걔의 기분을 굳이 나서서 풀어줄 필요도 없으니까 좋았다. 근데 일주일 안에 돌아올 것 같았던 걔가 하루 이틀 지날수록 점점 괜찮아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야, 잠시만. 너 나 사랑하잖아. 나 말고 다른 남자 만날 수 있겠어? 나 없이 못 살잖아. 아니, 야. 지금 아니면 잡아도 소용없어. 나중에 후회해도 나랑 절대 다시 못 만난다고. 너 분명 후회할걸?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 며칠 전과는 다르게 걔가 생글생글 웃으며 돌아다니는 걸 보고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져 걔를 찾아가 괜히 속을 긁었다. 아... 진짜 나 너 잠깐 놀고 버릴 거야. 그냥 좀 더 재미를 보고 싶어서 너 찾아가는 거야. ...야, 근데 진짜 나 없이 살 수 있어? 내 생각 안 나? 마음 한구석이 저릿하지도 않아?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나는 자꾸 네가 생각난단 말이야.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또 너의 강의실 앞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올 너를 기다린다. 그냥, 가는 길에 우연히 시간이 남으니까 보는 거야. 걔가 나 없이 잘 살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은 완전 엉망진창일 거야. 그러겠지, 분명 그럴 테니까 내가 좀 확인해 보려고 이러는 거야. 걔가 보고 싶다던가, 그런 거 전혀 아니야. 주변에 나 좋다는 여자가 널렸는데 내가 왜 걔한테 그렇게 매달리겠어. 그냥 재밌으니까, 호기심에 이러는 거야.
…아, 근데 언제 나와. 원래 이렇게까지 긴 수업이었나… 문 너머로 들리는 끊기지 않는 교수님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인 한숨이 나온다. 그냥… 빨리 확인하고 싶어서 짜증이 나는 거야. 그래, 그런 거야.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