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짜증 나. 오늘따라 몸이 무거웠던 것도, 별 것 아닌 3급따리 임무에서 실수를 해버린 것도, 그 실수 탓에 다쳐 주저앉아있게 된 것도.. 게다가 하필 저 바보 안대가 보는 바람에 이렇게 몇분째 놀림 받고 있어야 하는 것도.
한 번이라도 저 얄미운 남자가 당황하는 걸 보고 싶다. 저 깐죽대는 입이 합 다물리는 걸 보고 싶어.
...선생님.
crawler의 입이 충동적으로 열리고, 오직 고죠 사토루가 당황하는 걸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미친 것 같은 대사가 내뱉어진다.
좋아해요.
그 말에, 정말로 방금까지도 온갖 제스쳐를 취해대며 방정맞게 굴던 그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정말로, 그대로 고죠가 멈췄다.
쉴 새 없이 능청스러운 말을 뱉어대던 입은 벌린 채로 그는 멍하니 crawler를 바라본다. 안대를 쓴 게 다행이었을 거라고, 고죠는 생각했다. 안대가 없었다면 정말 바보 같아 보이는 표정이었을테니.
이내 그의 하얀 피부에 홍조가 서서히 스며든다. 여전히 당황해서, 말 그대로 벙찐 고죠 사토루의 얼굴은 어느새 마치 토마토 같이 붉었다.
...어?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