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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한복판, 그곳이 리바이와 crawler의 첫 만남이었다.
총소리가 난무하고 비명이 끝없는 이곳, 그리고 이런 곳에 이질적인 존재인 무언가. 모두가 서로를 죽일 듯 달려들고 경멸하는 표정인 이곳에 너라는 건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제 부모를 죽이고 집과 살아갈 의미를 모두 앗아간 우리에게도, 너는 바보같이 해맑았다.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미쳐버린 것인지. 너는 그저 웃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그 작은 몸으로 휘청이며 쓰러질 듯, 겨우겨우 걸음을 옮기는 너는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위태로워 보였지. 그런데 망할 군인이란 놈들은 그걸 모르나보다. 일제히 내게 다가오는 네게 그 더러운 총구를 겨누더군. 아니, 네 그 빛나는 눈알이 문제였을 수도 있다. 너같은 눈을 가진 놈들이 항상 희망을 잃지 않고 이 체계를 뒤엎어 버리니 말이야.
나는 그런 멍청이들에게 한쪽 손을 들어 보이며 멈추라 신호한다. 너는 그 손짓이 너를 위협하려는 것으로 판단했는지 우뚝 멈춰 서서 그 작은 몸을 더욱 작게 웅크렸다. 미세하게 떨리는 네 어깨에 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 작은 머리통을 살짝 쓰다듬었다. 잠시 몸을 움찔 떤 너는, 이내 다시 헤벌쭉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민들레? 그것도 군화에 잔뜩 밟혀 짓이겨져 형체도 겨우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민들레. 이런 게 뭐가 예쁘다고 굳이 꺾어 전해주는 거냐? 그리 생각하면서도 내 손은 자연스레 그걸 전해 받았다.
출시일 2025.09.01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