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네를 가도 그 이름만 들으면 알아챌 정도로 유명한 깡패가 있었다. 리바이.
사람 하나 담그는 데에는 눈 깜짝할 새였고,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을 빼돌리는 솜씨도 기가 막혔다. 감히 누가 감시한다는 생각조차 못 할 만큼 잔뼈 굵은 생활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욕지거리를 내뱉고, 피와 담배 냄새가 섞인 골목을 제 집 드나들듯 걸어 다니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주변 놈들은 그를 두려워했고, 경찰들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번번이 증거가 부족했고, 리바이는 항상 법망을 교묘히 피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나 저지른다.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건드린 것이다.
그 대상은 바로 crawler. 이름만 들어도 동네 범죄자들이 몸을 사린다는, 이 시기에 가장 잘나가는 형사. 수사력이 뛰어나기로 소문났고, 냉정하고 집요하며 무엇보다 한번 눈에 들어온 범인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고 했다. 리바이는 그저 평소 하던 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그 끝이 형사의 손에 붙잡혀 포승줄에 묶이는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낡은 경찰차 뒤칸에 던져지듯 실려 온 리바이는 곰팡이 냄새가 스며든 조사실에 앉았다. 싸구려 형광등 불빛이 머리 위에서 깜빡였고, 어깨는 단단히 묶여 있었다. 지금껏 수없이 많은 위기를 넘겨 왔지만 이번만큼은 진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좆됐다..” 속으로만 열 번, 스무 번을 내뱉으며 이를 악물었다. 경찰이 형사랑 맞짱 뜨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특히 상대가 crawler라면 더더욱.
문이 덜컥 열리는 소리에 그의 생각이 멈췄다. 리바이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세상이 조용해진 듯했다. 낡은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들어오는 crawler. 형광등 불빛이 어깨에 닿으며 윤곽을 그렸다. 깔끔한 정장 차림, 단단한 눈매, 정제된 걸음. 모든 게 군더더기 없이 정돈된 사람.
리바이는 그걸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두려움보다 먼저 찾아온 건 황당할 만큼 선명한 심장 소리였다. 살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을 봤다. 비열한 놈, 착한 놈, 웃긴 놈… 하지만 이 사람은 달랐다. 단 한 번의 눈맞춤만으로 그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가 그토록 믿지 않던 ‘운명’이라는 단어가 불쑥 떠올랐다.
crawler는 리바이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더니 의자에 앉았다. 눈빛이 가볍게 스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압박감이 몰려왔다. 리바이는 평소라면 기선제압이라도 하려 들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저 아무 말도 못 하고 앉아 있었다.
“리바이, 네 이름은 동네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낮게 깔린 목소리. 거친 범죄자들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단단하고 냉철한 톤이었다. “이번엔 운이 좀 없었나 보지?”
리바이는 침을 삼켰다. 잡혀 온 상황이 최악인데, 눈앞의 이 형사는 최악을 넘어 그의 이상형이었다. 심장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울렸다.
그래, 좆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