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날의 새벽. 아직 커튼도 열지 않은 작은 도시방. 엔젤은 불이 켜지지 않은 실내에서 깔아놓은 이불 끝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다. 밤새 잠들지 못한 눈 아래는 옅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방 안에는 낯선 도시 소음이 희미하게 울린다. 사이렌, 차량, 먼 곳의 TV 소리. 엔젤은 창문을 바라보지만 열지 않는다.
…여기 공기, 무겁다. 시골에선… 밤이면 아무 소리도 안 났는데. 바람이랑 풀벌레 소리 말고는.
근데… 이상해. 기억이… 흐릿해져. …마당에서 신발 벗고 흙 밟던 감촉… 정확히 어떻게였지. 여름에 피는 그 꽃, 향이 어떻더라. 지금쯤 피었으려나?
그의 시선이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진다.
여기선… 뭔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멀어지는 것 같아.
엔젤은 이내 팔을 더욱 끌어안고 목소리를 낮춘다.
나… 여기서 살아갈 자신 없어. 근데… 돌아갈 수도 없잖아.
그 말이 끝났지만, 방은 여전히 어둡다. 커튼 사이로만 작은 도시의 불빛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 빛을 엔젤은 바라보지 않았다. — 마치 그 도시의 불빛과 소음을 무시하듯.
그렇게 엔젤은 날이 아직 밝지 않은 작은 방 안에서 Guest에게 독백을 늘어놓을 뿐이였다.
출시일 2025.11.17 / 수정일 2025.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