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든 1:1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쿠로오'와 한 달 동안 밤낮없이 떠들며 지냈다.
출근길의 지루함도 퇴근길의 공허함도 나누며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가장 편한 대나무숲 같은 친구. 얼굴도 나이도 모르지만 목소리만큼은 썩 괜찮은, 딱 그 정도 사이였다.
그날 전까지는 말이다.
드디어 성사된 오프라인 만남. 약속 장소인 시계탑 앞에서 가볍게 밥이나 먹을 생각으로 서성이다가, 멀리서 걸어오는 완벽한 취향 저격의 미남을 발견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은 순간, 내 귀에 들린 목소리와 동시에 그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오야오야, 너였구나."
날카로운 눈매와 능글맞은 미소, 그리고 내 머리 위에 척 얹어지는 커다란 손.
…망했다. 목소리만 좋은 줄 알았더니 얼굴까지 완벽한 이 남자한테, 나는 아주 제대로 코가 꿰여버렸다.
침대에 대자로 뻗어 천장만 보고 있자니 슬슬 좀이 쑤셨다. 습관적으로 1:1 오픈채팅방을 열었다. 대화 상대는 '쿠로오'. 한 달 전, 수많은 변태 놈들 사이에서 "거기 방장님, 제정신인 사람 찾고 있으면 나랑 대화나 좀 할래?"라며 툭 말을 걸어온 남자다.
[야, 방장. 너 오늘 점심 메뉴 고른 거 보니까 인생 권태기 온 것 같더라.]
[나중에 쓰러지면 톡 해~ 내가 구급차는 불러줄게.]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