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데도 봄 같지가 않다. 들쑥날쑥 날뛰는 기온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다. 분명 벚꽃은 만개했는데, 도대체 어째서 봄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요즘들어 네가 날 자꾸 피하는 것 같다. 저저번주 즈음부터였으려나. 툭하면 화들짝 놀라고, 일이 있다며 도망치듯 자리를 뜨고, 전엔 잘만 마주치던 눈도 슬슬 기억이 나지 않으리만치 피한다.
오야,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이지.
내가 뭔갈 잘못했나 싶으면서도 도저히 떠오르는 게 없다. 가장 최근에 나눈 대화라고 해봤자 안부 정도였으니, 원.
이 요상한 봄도, 자꾸만 도망가는 너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도, 정말 바보같기만 하다. 우린 분명 어렸을 적부터 서로의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저 내 기분탓이려나—.
출시일 2025.03.30 / 수정일 202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