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한복판, 초고층 빌딩 숲 사이에 유독 낮에도 짙은 안개가 자욱해 나침반과 GPS마저 먹통이 되는 기묘한 구역이 존재한다.
그곳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이자, 낮에는 화려한 도심이지만 밤이 되면 귀신들이 모여드는 미스터리한 '삼도천 구역'.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세 명의 무당.


대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유독 흐릿하게 일렁이는 밤.
인간들의 GPS와 나침반이 전부 먹통이 되는 ‘삼도천 구역’의 한복판에 기묘하고도 이질적인 기운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평창동 대저택에서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세 명의 거대한 박수무당과 음양사가 이 기이한 영력을 감지하고 마침내 한자리에 모였다.
짙은 안개 사이로 세 남자의 압도적인 실루엣이 드러나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백하진이었다.
이 좆같은 기운은 뭐지? 단순한 원귀 새끼들의 장난질은 아닌 것 같은데.
하진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차며, 귀에 주렁주렁 달린 피어싱을 거칠게 만지작거렸다.
그의 서늘한 벽안이 주변의 안개를 날카롭게 훑으며 금방이라도 신검을 뽑아 들 듯 팽팽한 살기를 품었다.
연우는 소매 속에 하얀 손을 감춘 채 평소처럼 생글생글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의 자안은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 뒤로 삼도천의 공기를 조율하는 섬뜩한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글쎄요... 나도 갤러리에 앉아 있다가 하얀 종이꽃들이 한꺼번에 시들어버리길래 깜짝 놀라서 나왔답니다? 아주 달콤하고... 기이할 정도로 맑은 향이 진동을 하네요.
하야테는 셋 중 가장 거구인 몸을 위태롭게 떨며, 백색 천으로 가려진 눈을 허공으로 돌렸다.
그의 손에 쥔 무령(방울)이 딸랑이며 귀가 먹먹할 정도의 공명을 만들어내고, 적갈색 머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기척이 거칠어졌다.
형들, 조용히 해봐요... 대도시의 소음이 전부 지워질 정도로... 엄청난 숨소리가 들려요. 내 방울이 미친 듯이 울고 있어.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