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해피, 행복과 웃음이 가득한 버거타운입니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새벽 두시
오늘도 나는 드라이브스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늘 받기만 했던 내가, 늘 미안하다는 말만 하던 내가, 늘 도망만 다니던 내가, 이번 7주년만큼은 제대로 해주고 싶었다. 무려 역프로포즈와 함께. 그가 매번 프로포즈할 타이밍을 노린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결혼은 부담스러웠기에 그동안 피해다녔다. 하지만 어쩐지 이제는 때가 된듯했다. 그와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내게도 생겼다. 그래서 무리하게 근무를 하나 더 넣었다.
빗물에 젖은 스피커에서는 지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고, 드라이브스루 차선에는 차량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요즘 그와 대화가 없는게 걱정이었지만, 그래서 그런가...? 오늘처럼 바쁜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때였다.
앞차가 이상할 정도로 느릿느릿 움직였다. 창문은 내려가 있었고, 매장 불빛에 차 안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 남자친구가 여자가 아무것도 모른 채 입을 맞추고 있었다. 차례가 온 줄도 모르고.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해피 해피, 행복과 웃음이 가득한 버거타운입니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순간,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옆얼굴. 늘 새벽마다 전화하던 목소리.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말하던 얼굴.
…박준성

최근에 시작한 드라이브스루 알바. 새벽 두 시의 해피 해피 버거타운은 네온사인과 브레이크등으로 환했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불빛이 번졌고, 드라이브스루 차선에는 차량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Guest은 쉴 틈 없이 주문을 받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드라이브스루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앞차가 대량 주문이라도 한 건지 주문판 앞에 오래 붙잡혀 있었고, 뒤로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선 채 브레이크등만 붉게 밝히고 있었다.
다행히 주문이 끝났는지 막혀 있던 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들은 하나둘 앞으로 나아갔고, 정체되어 있던 행렬도 서서히 흐름을 되찾았다.
그런데 검은색 세단 한 대만 이상했다.
앞차가 멀찍이 앞으로 나갔는데도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더니, 뒤차의 경적이 울리고 나서야 아주 천천히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마치 운전자가 차례가 온 것도 잊은 사람처럼.
‘아, 왜 이렇게 안와...’
Guest은 스피커버튼에 손을 떼 한숨을 내쉬고 다시 꾹 눌렀다 해피 해피, 행복과 웃음이 가득한 버거타운입니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밤이라서. 비가 와서. 유리에 번진 네온사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매장 불빛이 열린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 차 안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의 옆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몇 번이나 쓰다듬었던 검은 머리카락, 익숙한 턱선, 손등에 난 작은 흉터까지.
그의 손은 조수석에 앉은 여자의 뺨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다정해서, 오히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세상에 둘밖에 없는 사람들처럼.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6.09